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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온 입양아 선수 “어머니 어디에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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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1989년 10월 5일 서울의 한 병원. 갓 태어난 사내아이는 패혈증과 폐렴, 태변흡인증후군 등 신생아 합병증과 싸웠다. 2개월간 사경을 헤맸다. 목숨은 건졌지만 지적 장애란 후유증이 남았다. 병원에서 퇴원한 그는 홀트아동복지회로 옮겨졌다. 당시 한국엔 그를 안아주는 품이 없었다.

 23년 전 오로지 타의에 의해 한국을 떠난 바로 그 사내아이가 한국으로 왔다. 2013 평창 겨울 스페셜올림픽 출전을 위해서다. 미국의 스노보드 국가대표 핸리 미스(24·사진). 1990년 3월,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살고 있는 애드워드 미스(62)와 낸시 뉴웰(59) 부부가 그를 입양했다. 아들과 함께 평창을 찾은 낸시는 핸리의 장애를 알았지만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했다. “임신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입양을 마음먹었어요. 출산할 때 아이의 장애 여부를 선택하지 못하듯, 입양할 때도 조건을 따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양어머니 낸시는 장애를 안고 있는 핸리를 극진히 돌봤다. 지적 장애로 발달이 늦었지만 핸리도 다섯 살부터 말문을 조금씩 열었다. 스노보드를 처음 접한 건 고등학교 때다. 운동 재능이 뛰어난 그는 2년 만에 미국 스페셜올림픽 스노보드 국가대표로 뽑혔다. 낸시는 “아들이 스노보드를 탈 때는 장애를 잊는다. 이번 스페셜올림픽에서는 장애를 증명하는 문서를 써내지 않아도 돼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올림픽과 패럴림픽은 승리를 목표로 하는 경쟁의 의미가 크다. 하지만 스페셜올림픽은 장애인의 도전과 노력에 관심이 크기 때문에 출전을 위한 제출 서류도 매우 간소하다.

 알펜시아 리조트에 머물며 즐겁게 올림픽을 즐기고 있는 핸리에겐 소망이 있다. 친어머니를 만나는 것이다. 조직위 관계자는 “핸리가 자신을 낳아준 친어머니와 그를 돌봤던 위탁모 전영숙씨를 만날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에 들떠있다”고 전했다. 낸시는 “이제 내게 핸리가 없는 삶은 상상하기 힘들다. 핸리가 소원대로 자신의 뿌리를 찾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대경 스페셜올림픽 조직위원회 미디어단장은 “한국에서는 장애인 출산과 육아에 대한 공포가 크다. 사회 전반에 장애인을 키우기 힘들다는 인식이 팽배해 핸리처럼 해외 입양을 맡기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대회를 통해 이런 인식이 변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나경원 스페셜올림픽 조직위원장은 “지적 장애인이 일반인과 자연스럽게 어울려 살 수 있는 사회 를 만드는 데 스페셜올림픽이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스노보드 경기는 31일부터 내달 5일까지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스키장에서 열린다.

평창=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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