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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설비투자 9.9%, 광공업생산 1.0% 늘어 온기 돌지만…문제는 소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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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한국경제가 침체 수렁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것일까. 내리막길을 달리던 여러 경제 지표들이 상승 곡선을 그리면서 기대감이 일고 있다. 하지만 아직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정부 당국의 분석이다. 원화 강세가 복병으로 떠오른 데다 내수는 여전히 살아날 기미가 없기 때문이다.

 30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광공업·서비스업·건설업·공공행정 등 주요 산업의 생산이 한 달 전에 비해 0.8% 증가했다. 가파른 증가세는 아니지만 지난해 11월 1.3% 증가를 감안하면 두 달 연속 주요 산업에 온기가 돌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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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공업 생산은 정보기술(IT) 업종이 견인한 수출 회복세에 힘입어 1% 증가했다. 4개월 연속 증가세다. 서비스업 생산도 교육·운수·부동산 임대업 중심으로 두 달 연속 증가세였다. 설비투자는 기계류·운송장비 투자 증가로 한 달 전보다 9.9%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건설투자도 건축·토목 고루 투자가 증가했다.

 현재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는 한 달 전에 비해 0.5% 올랐고, 향후 경기 국면을 예고해 주는 선행지수는 0.9% 상승했다. 이들 두 지표는 두 달 연속 동반 상승했다.

 이 같은 지표 개선은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중국 경기 상황이 다소 호전된 영향이 크다. 지난해 미국의 기존 주택판매 규모는 2011년에 비해 9% 증가해 최근 5년간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국은 경착륙 우려를 뒤집고 지난해 4분기 7.9% 성장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

 기획재정부는 경제 회복에 대한 공식적인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밖으로는 유로존의 실물경제가 부진한 가운데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안으로는 소매 판매와 서비스업 생산이 여전히 부진하기 때문이다. 소매 판매는 지난달 백화점·대형마트 등 모든 소매 업종에서 일제히 판매량이 줄면서 한 달 전에 비해 -1.1%의 감소세를 보였다. 최상목 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주요 지표가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있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만, 소매 판매 부진과 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해 아직 경기회복의 방향성이 나타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경상수지 흐름은 기쁨보다 걱정을 안겨주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날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가 432억5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치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전년보다 수출은 늘지 않고, 수입이 줄어들어 나타난 불황형 흑자 성격이 짙다. 지난해 수출은 5527억2000만 달러로 0.2% 느는 데 그쳤고, 수입은 5142억7000만 달러로 1.1% 감소했다. 이마저도 우호적인 환율 여건에서 달성한 기록이다. 지난해 연평균 달러당 원화값은 1126.8원이었다. 12월 한 달만 놓고 보면 수입(424억1000만 달러)이 5.5% 줄어드는 가운데 수출(444억4000만 달러) 감소폭이 7.2%로 더 컸다.

 고용도 아직 한겨울이다. 30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2월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새로 일자리를 가진 사람 수는 53만800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5%(13만8000명) 감소했다. 직장을 옮긴 이직자도 61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7.4%(4만9000명) 줄었다.

세종=김동호 기자,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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