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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의 남녀」남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철원=윤태일 기자] 6·25날 하오 2시쯤 괴뢰치하 강원도 철원군 남면 용학리 집단농장에서 강제노동에 시달리던 괴뢰군 옷 저고리를 입은 한 청년이 그의 애인과 함께 사선을 뚫고 남으로 넘어오다 애인은 지뢰폭발로 죽고 청년 홀로 자유의 품에 안겼다.
27일 군 당국에서 확인된 이들의 신원은 본적을 평북 정주군 안흥면 장안리에 두고 현재 철원 북쪽 40리에 있는 괴뢰집단농장에 사는 전경필(29)씨와 이웃처녀 이춘녀(23)양. 지난 3년 동안 집단농장에서 강제노동을 하며 틈틈이 훔쳐들은 남한방송과 바람에 날아온 「비라」를 주워보고 대한민국의 자유를 그리워하던 이들 남녀의 거동은 괴뢰들에게 눈치채게 되었고 농장본부의 감시는 점점 심해져 전씨와 이양은 그들의 살길은 남한으로 탈출하는 길밖에 없다고 다짐했다.
지난 22일 하오 7시쯤 농장을 탈출, 낯선 산 속 길을 헤맸는데 이때 이양은 괴뢰군이 묻어놓은 대인지뢰를 밟아 두 다리가 잘렸다. 이양은 『나의 죽은 넋이라도 자유의 남한 땅으로 흘러가게 해달라』고 애절히 호소, 그 유언에 따라 전씨는 이양을 북한강상류에 산채로 떠내려보낸다는 단신 비무장지대를 넘어 중부전선○○부대 관측소에 귀순, 무사히 월남하게 되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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