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가요제, 립싱크 한국가수 파문

중앙일보

입력

지난 19-24일 중국 상하이(上海) 동방TV 메인홀에서 열렸던 제4회 상하이 아시아 음악제에서 한국 출전팀이 그룹부문 대상과 금상을 받았다가 립싱크 문제로 실격처리되는 등 망신을 당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20일 열린 그룹부문 경선에서 한국 대표로 참가한 엑스라지(X-Large)와 테이크(Take)가 각각 'You'와 'Ring'을 불러 대상과 금상을 수상했으나 음악제 조직위원회는 이튿날 이들의 상을 취소했다.

주최측은 다른 나라 가수들이 립싱크 가수에게 상을 준 것에 반발한데다 국내참가자들 사이의 알력때문에 수상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측 심사위원으로 참석했던 박상희(한국가요평론가협회 회장)씨는 "그룹부문에서 엑스라지와 테이크의 기량은 다른 팀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났고 심사위원들이 두 팀을 수상자로 선정하는 데 쉽게 의견일치를 봤다"면서 "주최측의 준비소홀로 무선마이크가 준비되지 않는 등 립싱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뒤늦게 상을 취소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 참가팀의 인솔자였던 이재관(한중문화교류협회 이사)씨는 "다른 나라 참가자들이 대부분 라이브로 노래한 상황에서 한국 가수가 립싱크를 한 것은 형평성과 행사 취지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며 "주최측과 방송사측이 이 문제를 뒤늦게인식하고 상을 취소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씨는 "이씨가 참가시킨 S모 그룹이 라이브로 노래하고도 수상권에 들지 못하자 주최측에 립싱크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안다"면서 "자국 가수를 보호해야 할 인솔 책임자의 어처구니없는 행동으로 국제적 망신을 자초하게 됐다"고 반박했다.

한편 엑스라지의 기획사 관계자는 "중국측으로부터 수상이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들의 음악제 참가를 지원했던 문화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원장 서병문) 관계자도 "중국측 관계자와 전화통화를 해봤지만 상을 취소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심사위원으로 참가했던 박씨는 "상하이 시장을 만나고 나오는 자리에서 중국측 심사위원장으로부터 '녹음기 소리로 불공정한 게임을 한 것을 인정할 수 없어 한국 가수의 수상을 취소한다'는 통보를 받고 항의하기까지 했다"면서 "주최사인 동방TV가 한국 가수를 제외하고 수상소식을 보도했는데 이처럼 명백한 사실을 부인하는 것은 관계자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탓"이라고 일축했다.

엑스라지 등의 수상이 취소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24일 해적음반퇴치 캠페인 동남아 합동공연에 참가할 예정이던 엄정화, PLT 등 한국 가수들이 갑자기 출연을 취소하기도 했다.

PLT의 소속사인 윤등룡 DR기획 대표는 "현지 매니저들을 통해 이 가요제가 국제적 규모의 행사라기보다 특정 방송사의 이벤트에 불과하고, 체재비 등도 자비부담을 요구했다"면서 "더구나 해적음반퇴치 공연에 앞서 립싱크 파문 등 불미스런 소식이 전해져 출연을 취소한 것"이라고 경위를 설명했다.

신인가수 경연대회인 상하이 아시아 음악제에는 올해 20여개국에서 30여개 팀이참가했으며 그룹가수 경연, 솔로가수 경연, 해적음반퇴치 캠페인 음악제 등 3부로나뉘어 각각 이틀씩 진행됐다.(서울=연합) 정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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