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서울의 꿈(4)6·25 완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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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 육교는 6·25 정오의 개통을 기다리고 있읍니다』-김현옥 시장은 8·15에 완성할 계획이었던 여섯개의 육교를 두달이나 앞당겨 완공한 것이다. 아마 서울시 유사이래 이렇게 전격적으로 공약이 앞당겨 실현된 일은 없을 것이다.
4·19기공∼8·15완공, 6·25착공∼10·3준공, 지하도와 육교공사를 4월 혁명기념일에 시작하여 광복절에 끝내겠다는 거나 동란 발발의 날에 건설의 삽을 들어 개천절에 「테이프」를 끊겠다는 것, 그리고 그 기간보다 앞당겨 완성도 한다.
광복절까지 또다른 10개의 육교가, 「크리스머스」까지 5개의 지하도가 완공되며 총 2천55대의 각종 차량이 늘어나 교통난을 31%나 완화시키겠다는 것 등 『정말 일하는 것같아 속시원하다』는 것이 대다수 시민들의 말이다.
이 31% 완화공약의 밑바닥은 무엇일까. 교통이 혼잡한 요소를 일시에 파헤쳐야할만한 근거라도 있었는가.
김 시장의 31% 완화의 이유는 이렇다. 「버스」 2백62대, 급행 「버스」 68대, 합승 97대와 「택시」 1천5백56대를 증차하고 합승 6백대를 대형화하면 하루 83만명의 교통인구를 더 수송한다는 것.
그것으로 전차승객 43만명을 제외한 자동차교통인구 2백77만명을 나누어보니 31%가 된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이 숫자에는 서울시 인구증가나 승차습관에 따른 교통인구 증가, 세종로 지하도공사로 발묶일 전차와 뚝섬 궤도차 승객의 흡수 등은 처음부터 망각되어 있고 증차마저 운수당무자의 말처럼 『난관이 많다.』
이렇게 따져볼 때 이 「31%」란 숫자는 극히 육감적인 것이라고 교통·도로실무진들은 말하고 있다. 차라리 31%완화는 각종 교통공사 이전과 비교할 것이 아니라 혼잡한 공사기간중과 비교되는 결과가 될 위험마저 있다.
시당국의 주먹구구는 그것 뿐이 아니다. 설혹 차가 계획대로 늘어나 차에 오르기가 얼마간 수월해진다고해서 그것이 곧 교통의 완화라고는 할 수 없는 것. 타는 것 이상으로 목적지까지 빨리 가는 것도 중하다.
「타는 것」과 「가는 것」은 양립하는 교통의 요소, 차가 불어나면 불어날 수록 노면교통은 혼잡해져 『바쁘면 걸어서가라』는 서양의 격언이 이미 서울의 도심지에서는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시도로관계관은 서울시내의 차량을 2만대, 도로율 7.3%로 보고 외국도시에 비해 무제한 증차는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의 차 2만대는 그실 외국의 차 20만대 구실을 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 주차장도 없고 출퇴근때만 쓰는 승용차가 적어 2만대가 하루종일 달리는 형편이고 서있다고 해도 거의 노면주차니 혼잡을 가져오기란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시당국은 각종 정류장을 반으로 줄였다.
그러나 그로해서 차량의 속도가 얼마나 빨라졌는지, 그리고 보도교통이 얼마나 혼잡해졌는지 알지를 못한다. 막연히 차량소통이 『빨라졌다』고만 믿고 있다.
오히려 빨리 달리는 차량의 홍수가 어떤 장애에 부딪치면 그곳의 혼잡은 가속적으로 늘어나 교차점이나 교통장애의 근본적인 개선없는 「스피드」화는 결과적으로 속도를 떨어뜨리고 교통혼란만 가져온다는 교통전문가의 의견.
세종로 공사전 상오 8∼9시 사이 서대문 농협앞을 지나는 차량은 2천7백94대, 공사중 정기노선을 뺀 3분의 2 가량이 다른 길로 빠진다고 치면 서울시 기준으로도 한강대교 1배반 가량의 광로가 따로 있어야 한다.
그러나 있다는 것은 이미 차량이 붐비고 있는 서대문∼서울역간의 20∼25「미터」 폭 하나뿐, 그것마저 서대문육교공사로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으니 「호르라기」만 불고 있는 교통순경이 오히려 애처롭기만 하다.
다른 수십개 도로시설 공사지점도 이와 다를 바가 없다. 『생일잔치를 바라고 열흘을 굶는 격』이라고나 할까. 세종로 지하도 공사는 서대문육교가 트이는 6·25에, 명동지하도는 영천 「터널」과 세종로 공사가 끝난 뒤에 착공되었어야 했을 것이다.
이 모든 공사에 앞서 교통량을 조사하고 통계를 분석하여 가장 적절하고 알맞는 방법을 찾아야 했을 것이다. <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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