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객 10만 … 작은 미술관의 ‘대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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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양평군립미술관 내 전시장에서 학생들이 그림우산들을 벽면과 천장에 매달아 연출한 설치미술 작품 ‘아리랑’을 관람하고 있다(위 사진). 아래 사진은 양평군립미술관 전경. [사진 양평군립미술관]

27일 오후 경기도 양평군 양평읍 양근리 6번 국도변의 양평군립미술관. 요즘 이곳에서는 개관 1주년 기념전 ‘빛나는 양평-자연의 빛, 과학의 빛’이 열리고 있다. 지하 1층, 지상 2층의 전시관에는 미취학 어린이와 초·중·고교 학생들이 무리지어 미술작품들을 감상하고 있었다. 안내인(도슨트) 8명이 초등학생들에게 빛을 주제로 다양한 조형물(설치작품)들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이날 관람온 학생들이 참가하는 미술실기대회도 열렸다.

 벽면 한쪽의 관람후기 난에는 관람객들이 남긴 소감과 그림들로 빼곡했다. ‘행복을 꿈꾸며 양평으로 이사온 지 10개월, 서울에서의 삶보다 훨씬 행복하네’ ‘이런 미술관이 있다니 양평은 깨어 있는 곳이군요’ 등의 글귀들이 보였다.

 이날 하루 이곳을 찾은 관람객 수는 900여 명에 달했다. 군인과 면회객, 가족, 연인 등이 많이 보였다. 이 정도면 서울의 유명 미술기획전 관람객수에 못지않은 수준이라고 한다.

 박지현(38·주부·양평군 용문면)씨는 “초등생 두 자녀와 매주 양평미술관을 찾아 작품 감상도 즐기고 우수한 강사진으로부터 미술공부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골의 한 작은 미술관에 지역뿐 아니라 서울에서도 줄을 이어 관람객들이 찾고 있어 화제다. 이 덕분에 문화시설이 별로 없는 이 고장의 랜드마크로 떠오르며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2011년 12월 양평군이 80억원을 들여 지은 군립미술관이다. 대지 8069㎡, 건물 면적 4184㎡의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다. 수수한 모습의 시골 미술관이지만 지난해 12월 14일 막을 연 이번 기획전에만 39일간 1만5500여 명이 다녀갔다. 주말이면 하루 600∼1100명이 찾았다. 이 같은 성과로 지난해 말 개관 1년 만에 관람객 10만 명을 돌파했다. 전국 미술관을 다 꼽아도 18위권에 드는 성적이다. 관람 외에 미술교육과 행사 참여 인원도 현재까지 1만5000여 명에 이른다.

 ‘대박’의 비결은 우선 2개월 간격으로 다양한 주제의 수준 높은 기획전을 마련하기 때문이다. 개관기념전 ‘마법의 나라’를 시작으로 ‘맛의 나라’(봄) 등 계절 기획전을 꾸준히 열어 왔다. 지난해 5월 가정의 달 기획전인 ‘가족전’과 야외 설치 전시회인 ‘미술관 동물농장’은 가족 관람객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다양한 장르의 수준 높은 전시 작품도 자랑거리다. 정통 회화에서부터 뉴미디어, 팝아트 장르의 작품들까지 점묘, 입체 등의 다양한 기법으로 선보였다.

 입장료 부담도 거의 없다. 양평군민은 무료며 외지인은 어린이 500원, 청소년 700원, 성인 1000원만 받고 있다.

 지난해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만족도 97%, 재관람률 41.3%로 나타났다.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는 사람도 97%나 됐다. 관람객 중 서울 등지의 외지인도 20%를 차지했다.

 이철순(57) 관장은 “테마형 전시기획을 한층 내실있게 진행하고, 체험과 교육이 함께하는 ‘다시 찾는 양평미술관’으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장은 25년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미술전 기획을 맡아 온 베테랑이다.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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