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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지 개혁’이어야 연금 개혁 성공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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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신성식
사회부문 선임기자

박근혜 당선인이 28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고용복지분과 토론회에서 기초연금의 틀을 제시했다. 25일 경제1분과 토론회 때 공개한 내용보다 좀 더 상세하다. 국민연금을 못 받는 노인에게 월 20만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하고 연금 수령자는 이보다 적게 지급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정부와 국회, 국민연금공단 등에서 다음 날 내내 당선인 발언을 분석했지만 한결같이 “잘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점이다. 인수위 등에서 흘러나오는 말을 보태서 ‘퍼즐 맞추기’를 하는 모습이었다. 기초연금은 1998년, 2004년, 2009년에 도입하려다 실패했다. 그런 제도를 박 당선인이 대표 공약으로 되살렸다. 기초연금 실현 가능성을 가늠하기 위해 박 당선인과 인수위의 한마디 한마디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하지만 국민은 혼란스럽다. 어떨 때는 당선인과 인수위 방침에도 차이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인수위 관계자는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설익은 정책을 공개하면 혼란이 생긴다”고 말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28일 박 당선인의 발언은 혼란을 줄이는 데 별로 기여하지 못했다. 당선인의 발언만으로는 뼈대를 맞추기도 힘든 상황이다.

 스웨덴을 비롯한 선진국의 연금 개혁은 ‘묵은지 개혁’으로 통한다. 지루할 정도로 삭힌다. 이유는 간단하다. 개혁을 하면 누군가 손해를 보거나 부담이 늘기 마련이고 그들을 설득 또 설득한다. 그래야 제도가 지속 가능하다. 스웨덴은 국회가 중심이 돼 10년 이상을 끌었다.

 박 당선인이 산업화 역군인 현 세대 노인의 빈곤 문제 해결에 천착하는 그 심정, 누구나 공감한다. 그들에게 혜택이 더 가게 하려면 누군가가 더 부담해야 한다. 세금을 걷어서든 연금보험료를 사용하든 마찬가지다. 공감과 부담은 별개의 문제다. 당선인은 이번 기회에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합하려 한다. 국민연금 지급률(40%)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2008년 60%에서 낮췄는데 5년도 채 안 돼 또 낮추는 게 타당한지 따져봐야 한다. 국민연금에 안 들어도 20만원이 나오면 저소득층이나 전업주부들이 연금 가입을 기피할 게 뻔하다. 20만원 연금을 받으려면 매달 15만원의 보험료를 10년 내야 한다.

 짚어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인수위가 공약대로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합할 요량이라면 최종안을 서둘러 확정하려 해선 안 된다. 그건 인수위 몫이 아니다. 국회든 연금개혁위원회든 간에 관련 ‘선수’들이 한데 모여 정해야 한다. 지금 연금법에 따라 재정을 재추계해 제도를 개선하려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인수위가 몇 가지 안을 만들어 여기에 제시하는 정도가 그나마 최선이다.

신성식 사회부문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