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사회적기업 인재 양성 생태계 만들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최태원(오른쪽) 회장이 29일 서울 KAIST에서 ‘사회적 기업가 MBA’ 신입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29일 오후 4시 서울 청량리동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홍릉캠퍼스. 대학병원 전공의(레지던트)부터 전직 증권회사 연구원, 소프트웨어 개발자까지 서로 인연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신입생’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SK그룹과 KAIST가 공동 개설한 ‘KAIST 사회적기업가 MBA’ 1기생 23명이 오리엔테이션을 하는 자리다. 사회적기업은 취약 계층에게 일자리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수익 활동을 하는 기업을 가리킨다. 이병태 KAIST 경영대학장은 “사회적기업을 키울 인재 양성 사관학교가 처음 문을 여는 것”이라며 “경쟁률이 3 대 1을 넘었을 만큼 젊은 층에서 관심이 높았다”고 소개했다.

 ‘사회적기업가 MBA’는 최태원(53) SK㈜ 회장이 산파역을 맡았다. 최 회장은 2008년 이래 ‘사회적기업 전도사’를 자임하면서 사회적기업 설립과 지원 등을 직접 챙기고 있다. 이번 MBA도 사회적기업의 경쟁력을 높여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최 회장의 제안에 따라 만든 프로그램이다. 최 회장은 이날 신입생과의 간담회에서 “지금까지 사회적기업을 직접 만들고, 지원했으며 계열사를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한 경우도 있다”며 사회적기업 활동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그러면서 “뜨거운 가슴을 안고 도전했지만 현실에서 부닥치는 가장 어려운 숙제 중 하나가 인재 양성이었다”며 “여러분이 씨앗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다음은 최 회장과 신입생이 나눈 대화 가운데 일부.

 -‘사회적기업’을 정의해 달라.

 “일반 영리기업도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스스로 하는 수익 활동의 부산물이지 사회적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사회적기업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치를 최우선적으로 창출하는 기업’이라고 정의한다.”

 -영리기업과의 관계는.

 “수익을 잘 내는 기업은 그대로 잘하도록 놔둬야 한다. 가령 레슬링 선수에게 수영까지 잘하라고 강제하는 것은 억지다. 레슬링을 잘하는 선수(영리기업)가 수영 잘하는 선수(사회적기업)한테 투자하고 키우자는 얘기다.”

 -기업가로서 가져야 할 자세는.

 “끝없이 질문하는 마음을 가져 달라. 가령 중국 음식점에 가더라도 주문한 메뉴가 나올 시간에 자리 배치나 손님 숫자를 보면서 매출이 얼마나 될지 상상하는 습관을 가져 달라는 것이다(웃음). 특히 사회적기업가는 동반 관계에 있는 다양한 가치와 사람을 고려해야 한다. 항상 상대방의 입장이 되고 상황이 어떻게 변화할지 내다보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글·사진=이상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