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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실」 저버렸을 때 눈물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두 형사의 조작이 틀림없읍니다…』는 보고를 19일 새벽 4시께 받았을 때 박영수 치안국장은 머리를 무엇에 부딪친듯 「띵」 했다고 했다.
23일 정오경에 치안국장실에서 기자와 마주친 박 국장은 다시 말을 이었다.
자기만의 영달을 위해 단 두명의 형사가 전국 3만5천명의 경찰관의 「충실」을 저버린 것을 생각하자 피눈물이 나는 것 같았다고 했다.
민중당 당사에서 김백두씨 등이 조작을 폭로한 것이 16일밤, 그때만해도 적어도 고위경찰간부들은 범인에 확신을 갖고 있었다 했다. 그러나 이 확신도 하루를 넘기지 못했지만….
검찰에서 임석화가 조작을 자백한 17일 밤 11시 이 「뉴스」를 신문사로부터 듣고 사무실로 나온 그는 그로부터 나흘밤을 꼬박 국장실에서 지샜다. 아직도 피로가 풀리지 않은듯한 그는 정보원 제도를 단계적으로 없애고 정복경찰관을 형사로 임용할 때는 시범제도를 마련하는 등으로 수사경찰의 체질을 개선하고, 경찰관은 국민의 생명·재산의 보호와 안녕질서를 지키는 「산 표본」이 되도록 「관풍정화」를 벌이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태풍은 우선 한차례 지났다 하지만 경찰은 이 사건으로 입은 「국민에 시커먼 불신감」을 어떻게 씻어나갈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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