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리뷰] '선을 넘은' 개악

중앙일보

입력

이번 가을 개편에 신설된 KBS2-TV '토요대작전'은 천편일률적인 오락 프로그램의 틀을 깨겠다고 공언했다. 재미와 유익함을 고루 갖춘 프로가 제작진의 지향점이었다.

이를 위해 '네 꿈을 펼쳐라''7공주의 전설''후다닥 대작전' 등 테마별로 다양한 코너가 만들어졌다. 또 주영훈.강병규 등 입심 좋은 연예인들을 진행자로 내세웠다.

하지만 두껑을 열어 본 결과는 실망 그 자체였다. 1,2회 방영 후 방송사 홈페이지에는 시청자들의 비난의 글이 쇄도하고 있다. 주말 저녁 가족들이 함께 보기엔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가장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는 것은 청소년들이 출연하는 '네 꿈을 펼쳐라' 코너. 여기선 10대들이 나와 자신의 소망과 그것을 이루는 데 필요한 금액을 밝힌다.

그러면 일반인으로 구성된 배심원 99명이 1인당 만원 범위 내에서 합당하다고 판단되는 지급 액수를 결정한다. 출연자는 '우리말 퀴즈' 하나만 맞추면 그 돈을 받아갈 수 있다.

그동안 20명 가까운 청소년들이 무대에 섰다. 신체적인 콤플렉스를 치유하거나 갖고 싶었던 물건을 살 돈을 마련하려는 사연이 대부분이었다.

댄스 가수를 꿈꾸는 초등학교 남학생의 데모 테이프 제작비 30만원, 점을 제거하고 싶다는 중학교 여학생의 수술 비용 30만원, 막내 동생 돌 선물 비용 12만원, 침대 구입비 40만원….

문제는 이 코너가 감수성 예민한 10대들에게 '돈'에 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청소년들이 요구하는 액수가 지나친 데다 배심원의 판단 기준도 상당 부분 오락성에 기울어져 있어 사행심만 조장한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아이가 이 프로를 보고 배울까봐 무서웠다. 어떻게 공영 방송이 이럴 수 있느냐"는 한 주부의 항의는 되새겨볼 만하다. 순수한 땀의 의미를 배워가야 할 10대들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치부를 드러내며 타인에게 손을 내미는 모습은 씁쓸하기 짝이 없었다.

그뿐이 아니다.'7공주의 전설'은 억지 웃음을 유발하는가 하면, 기존의 프로들을 짜깁기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후다닥 대작전'의 경우 노인들의 틀니를 모으는 장면 등이 혐오감을 일으킨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으며, 연예인들이 강아지를 억지로 끌고 가는 장면이 방영돼 동물 애호가들의 분노까지 사고 있다.

이 프로는 주말 저녁 6시대에 방영되는 가족 오락물이다. 오락 프로에 공영성만을 요구할 순 없지만 가족 프로를 표방한 이상 최소한의 책임 의식은 가져야 하지 않을까. 특히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 프로의 존재 의미와 그들에게 미칠 영향까지 심각하게 고려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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