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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FA 시장, 한국은 냉각..미국은 가열중

중앙일보

입력

프로야구의 FA(자유계약선수) 시장이 한국과 미국에서 양상을 달리하고 있다.

FA 시행 3년째를 맞은 한국은 최근 'FA 몸값 거품론'이 제기되면서 급격히 얼어붙은 반면 미국은 타 구단과의 자유로운 접촉이 시작된 21일부터 활발한 물밑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지난 20일 LG가 최대어로 꼽히는 양준혁과의 협상 중단을 선언한 이후 8개 구단 사이에 지나친 출혈경쟁을 자제해야 한다는 공감대까지 형성돼 FA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한국 올 스토브리그에서 자유계약 자격을 획득한 선수는 17명이었지만 FA를 신청한선수는 양준혁(LG)과 전준호(현대), 김원형(SK), 김민재(롯데) 등 4명 뿐이었다.

선수들 스스로 몸값을 판단해 목돈을 쥘 기회를 유보하거나 포기한 셈이다.

양준혁 등 FA 신청선수들은 8개 구단을 상대로 `대박'을 터뜨릴 자신이 있었지만 LG의 협상 포기가 결정타를 안길 전망이다.

LG는 양준혁이 4년간 계약금 20억원을 포함해 무려 36억원을 요구하자 더이상협상을 나누는 것 조차 무의미하다며 일찌감치 협상 테이블을 치워버린 것. 더욱이 양준혁이 타 구단으로 옮기려면 이적료 12억원까지 포함해 몸값이 5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여 쉽사리 나설 구단이 없는 상황이다.

전준호는 4년간 18억원을 요구했으나 소속팀 현대는 10억원에서 요지부동이다.

유일한 투수인 김원형은 SK와 15억원과 12억원을 놓고 줄다리기 중이고 28살의최연소 FA 김민재는 10억원 이상을 절대 줄 수 없다는 롯데와 진통을 겪고 있다.

예년과 달리 구단들이 선수들 몸값깎기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그동안 FA 선수들의 성적이 기대에 턱없이 못미쳤기 때문이다.

99년 김동수와 이강철이 8억원, 지난 해에는 김기태와 홍현우가 18억원을 받았지만 변변히 출전조차 하지 못했다.

타 구단과 협상이 가능한 26일 이후에는 선수들의 목소리가 높아질 수 도 있지만 지난 해처럼 몸값이 폭등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FA를 신청한 선수는 총 155명. 그러나 구단들의 흥미를 돋우는 대어는 제이슨 지암비와 배리 본즈, 박찬호, 브렛 분 정도로 올 스토브리그는 이른바 '풍요속의 빈곤'이다.

메이저리그는 지난 해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텍사스로 이적하면서 사상 최고액인2억5천200만달러에 10년 계약을 체결해 FA 시장이 절정에 달했으나 선수들의 몸값폭등에 대한 비난 여론이 쏟아지면서 올해는 다소 위축됐다.

그러나 21일 타 구단과의 협상이 허용된 영입 경쟁이 서서히 가열되면서 선수들의 몸값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FA를 신청한 71명의 투수 중 최고로 평가되는 박찬호는 협상 시작 첫 날 텍사스로부터 제의를 받은 데 이어 냉담했던 LA 다저스도 뒤늦게 재계약 의사를 밝혔다.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는 텍사스가 제시한 5년동안 연 평균 1천500만달러에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은 채 몇 개 구단을 더 끌어들여 몸값 상승을 부추길 예정이다.

최고 타자로 평가되는 제이슨 지암비는 뉴욕 양키스와 협상을 벌였다.

월드시리즈에서 패한 뒤 타력 보강이 절실한 과제로 떠오른 양키스는 7년간 연평균 1천700만달러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시즌 홈런 신기록을 세운 본즈는 30대 후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5년간 연평균 2천만달러를 요구중이다.

본즈 역시 고객으로 거느리고 있는 보라스는 원 소속팀인 샌프란스시코와 한 차례 만나 만족할만한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메이저리그는 다음 달 중순 보스턴에서 열리는 윈터미팅 기간에 FA 계약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서울=연합뉴스) 천병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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