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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0억원 영국 투자 유보할 것” 세금 전쟁 반격 나선 스타벅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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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영국 정부와 미국계 다국적기업 스타벅스의 세금 전쟁이 점입가경이다. 수세에 몰렸던 스타벅스가 반격에 나서면서 양측이 정면충돌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일요신문 선데이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스타벅스의 영국 법인 운영책임자인 크리스 잉그스코프는 25일 1억 파운드(약 1700억원) 규모의 영국 내 신규 투자 계획을 유보하겠다고 압박하며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면담을 요청했다. 전날 스위스의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캐머런 총리가 다국적기업의 ‘절세 전략’을 비판하며 “잠에서 깨어나 커피 향을 맡으라(정신 차려라)”고 말한 데 따른 것이다. 그의 발언은 구글·아마존 등에도 해당되는 것이지만 스타벅스를 겨냥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커피를 언급한 것으로 해석됐다.

 스타벅스와 영국 정부의 갈등은 지난해 11월 구글·아마존·스타벅스 등 외국계 기업이 영국에 법인세를 거의 내지 않는다는 사실을 로이터통신이 보도한 데서 비롯됐다. 1998년 영국에 진출한 스타벅스의 경우 14년 동안 30억 파운드(약 5조원)의 매출을 올리고도 법인세는 총 860만 파운드(약 150억원)밖에 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해를 제외한 모든 해에 영업이익이 나지 않은 것으로 신고됐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들은 스타벅스 영국 법인이 상표 사용료(로열티)와 컨설팅 비용 등으로 네덜란드의 유럽총괄 법인에 막대한 자금을 보냈다는 점을 지적했다. 네덜란드가 영국보다 법인세율이 낮다는 점을 이용한 사실상의 탈세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구글은 아일랜드에, 아마존은 룩셈부르크에 유럽법인을 두고 있다. 법인세율이 낮은 나라들이다.

 비판 여론이 들끓자 조지 오즈번 재무장관이 의회에서 이 문제를 거론했다. 세무 당국도 조사에 나설 의향을 내비쳤다. 다국적기업은 영국 재정난의 주범으로 몰렸다. 이에 스타벅스는 상표 사용료 등으로 해외로 지급되는 비용은 세금공제 대상으로 신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투자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총리가 노골적으로 자신을 비난하자 결국 강수로 맞섰다.

 스타벅스의 ‘투자 유보’ 카드는 영국 정부가 민감해하는 일자리 문제와 연결된다. 외국계 기업들은 여론을 등에 업은 정부가 합법적 범위 내에서 세금 전략을 구사하는 자신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캐머런 총리의 정치적 라이벌인 보리스 존슨 런던 시장도 “부의 창출을 막는 공격은 삼가야 한다”며 정부의 태도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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