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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직한 지방분권] 대구 달서구의 경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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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지방분권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지방분권에 대한 노무현 당선자의 의지가 워낙 굳기 때문이다.

1백70여명의 전국 기초자치단체장들은 17일 대구에 모여 바람직한 지방분권 방향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연 뒤 지방분권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지방분권의 당위성과 바람직한 방향 등을 살펴본다.

"3개 부서를 새로 만드는 데 1년이나 걸렸습니다. "

황대현(黃大鉉) 대구 달서구청장은 "구청장이 구청 조직개편을 하는 것이 이렇게 힘들 줄은 정말 몰랐다"고 말했다. 달서구 측이 부서 신설을 결정한 것은 지난해 초. 주민 수가 60만명을 넘어서면서 업무가 폭증해 부서 신설이 불가피했던 것이다.

그는 조직개편의 승인권을 쥐고 있는 행정자치부에 신설에 대한 승인을 신청했다. 교통과.환경청결과.감사담당관실을 증설하겠다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담당 간부와 직원을 행자부에 보내 관련 자료를 제출하며 필요성을 세차례나 역설했다. 그때마다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담당자를 설득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한다. 결국 신청한 지 1년이 돼서야 부서 증설 허가가 나왔다.

관련된 예산을 확보하는 작업도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달서구는 주민들의 문화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 달서구 장기동에 구민문화회관을 짓고 있다. 본동에는 노인종합복지관을 지을 예정이다.

이 두가지 사업에 들어가는 예산은 2백40억원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완공시기를 점칠 수 없다. 정부 지원이 제때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복지관이 없어 노인들이 한시간씩 버스를 타고 수성구의 노인복지관을 다니고 있습니다. 한시가 급한데 정부가 보는 눈은 다른 것 같습니다. "黃구청장의 하소연에는 답답함이 묻어있다.

공채 발행이나 돈을 빌려(기채)서라도 계획을 추진하고 싶지만 이 방법도 수월치는 않다. 기채 승인권을 행자부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구정(區政)의 상당 부분이 행자부의 감독 아래 있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일선 지자체 사이에서 현재의 지방자치를 '자치'(自治)가 아닌 '타치'(他治)라고 표현한다.

말단 직원 하나 선발하는데도 일일이 중앙 정부의 승인을 받는 게 어떻게 자치냐는 취지에서다.

이에 뜻을 같이하는 단체장들이 1996년 9월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협의회'를 만들어 분권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대구=홍권삼 기자

대구=홍권삼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지방분권이란=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된 권력.돈.인재를 지방으로 분산시키는 것을 말한다. 서울이 독점하고 있는 힘을 지방에 분산시켜 고루 잘 살도록 하기 위해서다. 서울과 지방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는 추세다. 지방분권은 우선 중앙정부의 권한을 자치단체로 이양시키고 서울 등 수도권에 몰려 있는 자원도 지방으로 옮기는 데서 출발한다. 지방분권운동은 그래서 '지방에 결정권을, 지방에 세원을, 지방에 인재를'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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