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객실도 어엿한 '정보방'

중앙일보

입력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은 지난 8월 '이달의 베스트 서비스맨'에 사람이 아닌 객실PC를 선정했다.

호텔정보화업체인 루넷(http://www.roonets.com)이 지난해 구축한 TBIS(관광.비즈니스.정보시스템)에 쓰이는 '미스터 티비스'란 애칭의 인터넷PC였다. 이 PC의 편리함에 반했다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감사 편지가 많았다는 것이 선정 이유였다.

어느 정도일까.웨스틴조선 1백31개 객실에 있는 PC의 기능은 웹서핑이나 e-메일 사용에 그치지 않는다.

고객이 객실문을 열면 저절로 화면이 켜지면서 전용 웹브라우저가 가동된다. 날씨.증권.뉴스 등 다양한 콘텐츠와 주변 관광지에 대한 3차원 가상현실서비스는 물론 게임.영화.운세 등 오락서비스도 제공된다.

온라인 면세점 쇼핑도 가능하다. 한국어.영어.일본어 등 3개국어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클릭 한번으로 룸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한 마디로 호텔 객실을 '나만의 정보방'으로 만들어 준다. 외출을 할 때는 개인휴대단말기(PDA)를 이용해 통역서비스.위치정보.관광정보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다.

조선호텔 관계자는 "객실에 첨단 인터넷 시설을 구축한 이후 외국인 비즈니스맨들의 이용이 눈에 띄게 늘고,한번 찾은 손님들이 다시 오는 사례도 많아 객실의 부가가치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또 면세점과 연계한 룸쇼핑이나 유료 콘텐츠 등에서 얻는 부대수익도 적지 않다고 호텔측은 밝혔다.

2002 월드컵을 앞두고 호텔들의 첨단 정보화시스템 구축 작업이 뜨겁다. 객실마다 인터넷 등 첨단 정보화 설비를 갖춰 관광객들과 비즈니스맨들을 끌어들이자는 것이다.

호텔들이 정보화 경쟁에 나선 것은 지난해 9월 아셈(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 회의 무렵부터. 당시 정보화에 앞선 호텔들이 인기를 끌면서 특급호텔들을 중심으로 첨단설비를 갖추기 시작했다. 최근엔 비즈니스호텔과 콘도미니엄들도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루넷의 최윤배 실장은 "인터넷이 생활화된만큼 내년 월드컵 때는 정보화 투자를 많이 한 호텔이 인기를 끌 것"이라고 말했다. 루넷의 경우 웨스틴조선을 비롯 스위스그랜드, 제주 크라운프라자 호텔 등 20여개 특급호텔 객실에 자사의 TBIS를 설치했다.

매지넷(http://www.maginet.net)도 야후.컴팩과 함께 호텔정보화시스템 '아이리스'를 서울 프라자호텔과 힐튼호텔,워커힐, 전주 리베라호텔 등에 설치했다.

아이리스는 기업신용정보.투자정보는 물론 뉴스.관광정보.엔터테인먼트 등 52개의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한.영.중.일 등 4개국어가 지원되며 고객맞춤형 '게스트서비스'를 통해 인터넷으로 모닝콜.룸서비스.세탁을 부탁할 수 있다.

포리넷(http://www.forinet.com)도 최근 호텔 객실과 연회장 등에서 버튼 하나만 누르면 초고속인터넷을 쓸 수 있는 'FIC 플러그&플레이' 시스템을 제주신라호텔 등 전국 10여개 호텔에 설치했다. 포리넷은 한국통신과 제휴, 객실에 있는 PC로 영화.게임.음악.VOD(주문형비디오) 등을 즐길 수 있는 기능도 추가할 계획이다.

하지윤 기자hjy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