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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튜닝 어떻게 진화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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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국내 자동차 튜닝은 X세대(1965~76년 출생)가 본격적으로 운전할 무렵인 1990년대 시작됐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현대자동차의 첫 스포츠 쿠페인 스쿠프가 튜닝의 시작이었다는 것이다. 당시 튜닝 용품은 붕붕 소리를 내던 ‘태풍 머플러’와 FRP 재질의 에어로파츠, 차체 밖으로 휠과 타이어를 튀어나오게 하는 ‘마이너스 휠’ 정도였다. 모두 불법 개조였지만 튜닝이 생소하던 시절이어서 단속은 없었다.

 90년대 중반 ‘YM KIT’라는 국산 튜닝용품이 생산되면서 성능과 안전을 고려한 튜닝이 시작됐다. 90년 후반엔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튜닝의 고급화가 시작됐다. 유럽계 튜닝 용품의 등장 때문이다. ‘스터디’라는 회사가 강남 포이동에 문을 열며 고급 튜닝을 알렸고, BMW·벤츠 등 수입 차량을 전문 튜닝하는 튜닝숍도 속속 생겨났다.

 N세대(77~97년 출생)가 운전할 무렵인 90년대 말부터 2000년 초 사이에는 카레이서 출신들이 튜닝숍을 열면서 엔진 성능을 높이는 터보 튜닝이 많아졌다. 선진국과 달리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2시간 달리고 나면 30분간 엔진을 식혀야 하는 속칭 ‘꽝 터보’ 차량이 많았던 시절이다. 2010년 이후에는 자동차 선진국이 만든 용품이 많이 들어오면서 튜닝 시장이 연간 7000억원대로 커졌고 더욱 고급화됐다.

 최근에는 미국이나 독일처럼 합법적으로 자신이 꾸민 튜닝 차량을 맘껏 내달려볼 수 있는 자동차 경주장까지 속속 문을 열고 있다. 영암 F1국제자동차경주장은 ‘트랙 데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세계적인 카레이서들이 달렸던 서킷을 일반인이 차로 질주할 수 있다. 강원도 태백의 ‘태백레이싱파크’는 수·토요일 일반인을 대상으로 경주장을 개방하고 있다. 4월 강원도 인제에 들어설 국제자동차경주장 ‘인제오토피아’는 아예 처음부터 체육시설 대신 일반인 개방을 위한 관광단지로 인허가를 받았다. 튜닝 역사 20년을 넘기면서 국내 자동차 튜닝 문화도 선진국 수준에 근접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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