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 늘어 비뇨기과 전공의 부족해졌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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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대한민국 의료가 흔들리고 있다. 진료현장을 책임질 초급 의료인력(전공의)들이 외과·산부인과 같은 필수 의료를 외면하고 있다. 일은 힘든데 복리후생은 좋지 않은 것이 이유다. 사람이 모자라다 보니 밤마다 당직을 서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그렇다고 돈벌이가 되는 것도 아니다. 사명감으로 의료현장을 지킨다고 하지만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다. 자신의 삶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을 때도 많다. 24시간 고강도의 업무에 치이다보면 의료의 질이 떨어지고 의료사고를 불러올 수 있다. 중앙일보헬스미디어는 2013년 아젠다로 ’의사인력 대란, 국민건강 빨간불 켜졌다'②를 연재한다. 두번째 주제는 '여학생 늘어 비뇨기과 전공의 부족해졌다?'다. 대한비뇨기과학회 한상원 회장에게 비뇨기과 전공의 부족에 대한 분석과 해결책을 들어본다.

- 최근 비뇨기과 전공의 지원율이 크게 떨어졌는데 원인은.

“3차 대형병원은 업무 강도에 비해 낮은 비뇨기과 보험수가가 문제다. 타과 수준의 수익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근무를 해야 하는 구조다. 최근 3~4년전부터 시작된 흉부외과와 외과에 대한 수가 인상은 이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2차 중소병원에서는 보험수가가 낮기 때문에 병원측에서 비뇨기과 전문의 채용을 기피한다. 타과에 비해 급여가 낮게 책정되는 게 비일비재하다. 시대 상황의 변화가 원인이 되기도 한다. 과거와 달리 안락한 생활을 영위하기를 바라는 사회적인 트렌드와 맞물려 학생들이 편안한 생활을 찾는 경향이 있다. 이런 관점에서 비뇨기과가 포함돼 있는 외과계 전공의 생활을 기피하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의학전문대학원 제도의 도입 이후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여학생이 늘어나면서 비뇨기과 전공의가 부족해졌다는 얘기도 있던데.

“의학전문대학원 체제가 도입되면서 여학생의 비율이 증가했다. 최근 50% 정도로 여성 비율이 증가했다. 예컨대 2011년 기준 남자는 52%, 여자는 48%다. 여의사가 비뇨기과를 전공하지 말라는 법은 없고 실제로 많은 여의사가 비뇨기과 전문의로 활약 중이지만 상대적으로 남성 환자가 많은 과의 속성상 여학생 비율의 증가는 지원자의 감소에 영향을 주고 있다.”

- 개원가의 상황은 어떤가.

“개원의는 비뇨기과 진료 영역을 타과에 빼앗겨 어려움을 토로한다. 예컨대 전립선비대증, 발기부전, 요실금 등의 치료가 타과에서도 진료가 허용되고 있다. 현재 의료 정책에서는 비뇨기과 질환에 대한 치료를 타과 전문의가 더 많이 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 학생 수와 비교했을 때 전공의 정원수는 타당한 편인가.

“최근 의과대학과 의학전문대학원 졸업자 수를 포함한 학생 수가 전공의 수에 비해 700~800명 정도 적다. 상대적으로 낮은 수입과 높은 근무 강도를 감수해야 하는 외과계 임상과와 특히 사회적으로 이미지가 왜곡되어 있는 비뇨기과에 불리한 상황이다.”

- 전공의 부족에 대해 학회 차원에서 예상했었나.

“비뇨기과 전공의 부족사태가 있으리라는 것은 약 4-5년 전부터 예측하고 있었다. 그 시작은 지방대학병원, 중대형병원부터 시작됐다. 오히려 초대형병원과 중소병원은 전공의 수급에 심각성은 덜했다. 이는 초대형병원은 전공의를 지원하는 인턴을 확보하고 있었고 (학생 수에 비해 인턴의 수가 적은 지방대학병원, 중대형병원은 불리함) 중소병원은 전공의 근무강도가 약하기 때문이라고 추측된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그 영향이 경향성으로 나타나면서 초대형병원과 중소병원에도 전공의 수급에 난항을 겪게 됐다. 학회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예상하고 연착륙을 위해 전문의 수를 조정하려고 노력했지만 그 시기가 앞당겨서 현재와 같은 심각한 상황이 초래됐다. 최근 시행된 흉부외과와 외과에 대한 가산금제도와 산부인과 수가 조정작업 등이 전공의 부족을 심화시킨 측면도 있다.”

- 학회 차원에서 전공의 재조정 작업을 진행한다던데.

“2012년 1년차 전공의 정원은 115명이다. 미국과 비교할 때 전체 전문의 중 차지하는 비율이 약 2~3배 높은 상황이다. 우리나라가 미국에 비해 잘돼 있는 보험 제도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조정할 필요가 있다. 이 때문에 2010년부터 2012년에 걸쳐 학회에서는 적정 비뇨기과 전문의 수를 조사했다. 적정 비뇨기과 전문의 숫자는 60-70명 정도다. 현재 의료정책이 개선되지 않고 지속되는 한 비뇨기과 전문의가 과다하게 배출되고 있다고 판단된다. 이에 따라 학회에서는 전문의 수를 줄이는 방안으로 무조건 각 병원의 전공의 수를 비례적으로 줄일 것이 아니라, 수련의 질을 높여야 줄어드는 비뇨기과 지원율을 반전시킬 수 있다고 의견으로 모아서 철저한 수련실태조사를 통해 정원을 조정하려 한다. 2010년부터 전공의 정원 재조정 작업을 거쳐 2013년부터 N(지도전문의 수)-2 방식에서 N-3 +alpha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향후 4년간 적용할 예정이다. 이는 복지부의 안인 N-3 보다 강화된 안으로 학회에서 인식하는 상황이 심각함을 의미한다. 이미 모든 병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약속받은 상황임이다. 하지만 이를 어길 시에 지도전문의에 대한 일정한 불이익을 주자는 것이다.”

- 개선 방안이 있나.

“비뇨기과 전공의 부족 사태는 외과계 전 임상과에서 나타날 수밖에 없는 예견된 일이다. 이를 정부에서 방치한 결과임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산부인과, 흉부외과, 외과로 대표되는 기피과에 대해 복지부에서는 산부인과는 수가현실화 작업으로, 외과와 흉부외과에는 수가 가산료 산정(각각 30%, 100%) 의 정책을 도입했다. 비뇨기과에서는 수가조정, 가산금 지원 등의 정책을 적용해 줄 것을 누차 강조했지만 비뇨기과는 여론적인 이슈가 없다고 수수방관된 면이 없지 않다. 전립선암이 남성암의 7%를 넘어서고 유병율이 가장 급증하는 암이고,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데 노인 복지의 핵심인 비뇨기과에 대한 정부지원은 절실하다. 즉, 학회의 전문의 정원 감축, 수련의 질 향상 등 자체적인 노력과 더불어 정부의 지원정책이 필요하다. 참고로 대한민국은 OECD국가에서 비뇨기과가 기피과로 취급되는 유일한 나라다. 과거 영상의학과가 어려울 때 영상의학과 전문의를 지원하기 위해 지원책을 마련해 현재 가장 인기를 누리는 과로 변신한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외과와 흉부외과에 지원되는 가산금 제도가 효용성이 떨어진다고 평가되기도 했지만 외과계 지원이 점차 감소추세에 있어 학생 수에 비해 전공의 수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2개과의 지원은 완만히 증가한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점이다. 곧바로 비뇨기과에도 적용되어야 하는 정책이라고 판단된다.”

- 정부 정책의 문제점은 뭔가.

“인기과 쏠림 현상은 과거 정부의 오래되고 무계획적인 전공의 인력 수급 정책과 질환별 국내 빈도나 수술 난이도 등 임상과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중구난방식의 수가정책에 기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훨씬 힘든 과에서 환자를 위해 열심히 노력해도 진단 검사나 영상검사 등을 많이 시행하는 상대적으로 근무하기 쉬운 과에 비해 오히려 저임금에 시달리거나 아예 일자리가 없다면 누가 그런 임상과를 지원하겠나. 모든 임상과는 적정한 진료를 위해 다 필요한 것이고 적정한 인력이 필요한 것이다. 즉 국내 상황에 맞게 의료 수가 정책을 펴야 한다. 비급여 진료가 많은 과, 질환의 빈도수가 많은 과, 검사시행건수가 많은 과, 건강검진이 많은 과 등은 상대적으로 저수가 정책을 펴도 되지만, 흉부외과나 비뇨기과와 같이 질환 빈도수가 적은과는 상대적으로 고수가 정책을 펼쳐야 한다. 이 점에서 흉부외과는 수가 가산금 정책으로 일부 해결됐지만 비뇨기과의 상황은 더 악화됐다.”

- 정부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크게 4가지다. 첫째, 비뇨기과 수술은 외과계 수술 중 난이도가 높지만 외과 수술에 비해 수술료가 매우 낮은 상태로 적어도 외과와 비슷한 수준의 수술료 산정 등 비뇨기과 지원책이 필수적이다. 둘째, ‘고수가 정책의 대상이라야 하는 흉부외과’에 미치는 수가 가산제도를 적용해야 한다. 셋째, 고강도 근로를 해야 하는 외과계 전공의에 대한 차등 급여가 필요한데 흉부외과와 외과는 이미 수가가산을 통해 일부 해결하고 있고 신경외과, 정형외과 등은 전문의 취득 후 있을 수 있는 수입 보장을 통해 감수하고 있지만 비뇨기과는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고 이에 대한 단기(직접적인) 또는 장기(간접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 넷째, 비뇨기과 전문의 수련과정을 거쳐야 가능한 비뇨기과 질환에 대한 타과의 진료영역 침범에 대한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 의사협회 등 의료계 단체들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가장 어려운 문제다. 의료계 단체의 임원들은 거의 모두 자신이 속한 임상과에 관심을 더 가지기 때문이다. 현재 복지부 예산을 각 임상과가 소위 ‘나누어먹기’의 정책이 지속되는 한 이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의사협회 등 의료계 단체의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 기피과에 대한 해결책의 전제가 되기에는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 다만 의료계단체가 과별 진료 영역 진료 가이드라인 등 국민보건을 위해 옳은 일을 형평성 있게 준비하기를 바랄 뿐이다.”

- 수가 문제 등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일정 예산을 가지고 각 임상과가 나누는 현 시스템에서는 처음에 수가가 높게 책정된 과, 전문의 수가 많아서 과세가 큰 과, 사회적으로 이슈화 될 수 있는 질환을 다루는 과에 유리한 정책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복지부 공무원이 충분히 유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임상과 간의 경쟁과 질시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현 수가 관리 시스템에서 불가피하다. 즉 기피과가 발생하면 그 이유와 장기 전망을 통해 과감한 정책변경이 필요하다. 반면 최근 시도된 바와 같이 수가조정이나 전공의 정원을 시장 원리에 맡기고자 하는 정책은 국민 건강을 위해 위험하다. 다수의 의견을 수동적으로 쫓기 보다는 소수의 의견도 중시하고 앞서가는 정책으로 국민 건강을 지키는 수가 제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복지부에서 기피과의 상황을 보다 미시적으로 들여다보고 대한비뇨기과학회와의 치밀한 연구를 해주길 기대한다.”

- 비뇨기과학회에서 앞으로 하고자 하는 일은.

“이번의 전공의 미달 사태는 비뇨기과에 대한 상대적 저수가 정책으로 인한 박탈감 및 비뇨기과 전문의의 과잉에 의해 발생했다고 생각된다. 학회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보건복지부,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등과 협의해 수가 및 정부 지원책을 마련하도록 노력하고 있고 정원의 감축에 대해서는 이를 정확히 실행해 각 회원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할 예정이다. 궁극적으로는 국내 비뇨기과 환자가 제대로 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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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치선 기자 charity19@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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