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사람은 좋은데 … 국정경험 없고 정치력 의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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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사람은 좋은 사람인데…”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해 24일 민주통합당 의원들이 보인 대체적인 반응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김 후보자 인품에 대해선 호평을 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과정에서 공약한 책임총리라는 자리에 맞는 인물인지에 대해선 고개를 갸웃했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인 설훈 의원은 “김 후보자는 박 당선인의 ‘예스맨’이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국정 경험이 없어 책임총리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와 같은 법조인 출신이자 소아마비 장애가 있는 이상민 의원은 “장애인을 총리 후보자로 발탁한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법조계의 신망은 두텁지만 총리로서의 적격성은 따져볼 일”이라고 했다. 그는 “정치 경험이 없는 총리가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하는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소모적 갈등이 증폭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5선의 이석현 의원도 “실권을 가지고 국민통합을 이끌 총리가 필요한 시점에 정치력에 대한 평가가 없는 사람이 지명됐다”면서 “명목상의 총리에 그치게 된다면 당선인이 약속한 책임총리가 아니라 당선인의 비서로 전락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건강과 소통 능력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이번 총리는 세종시에 거점을 두고 대통령과 업무를 조율해야 한다. 국회 회기 중에는 세종시와 여의도 국회를 오가야 한다. 국회 대정부 질문 때는 장시간 기립한 채로 의원들과 문답을 나누는 게 보통이다. 설훈 의원은 “고령인 데다 언론 인터뷰 등에서 보인 불통의 모습을 보면 활기 있는 리더십을 보일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참여한 박범계 의원은 “열정적인 소통을 이어갈 건강이 뒷받침될지 우려된다”며 “헌법상 가진 총리의 권한과 직분을 소신 있게 추진할지에 대해서는 후한 점수를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대북정책과 외교문제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어려운 인사라는 비판도 있었다. 박범계 의원은 “북한의 핵 위협이 가시화되는 시점에서 박 당선인이 총리 후보자의 단점을 보완할 다른 인사를 등용하지 않으면 대북정책은 총리 후보자에게 벅찬 분야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총리 지명에 앞서 박 당선인이 제1야당인 민주당에 미리 양해를 구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명 전에 야당에 의견을 구하는 게 관례인데, 이번엔 전혀 연락이 없었다”며 “당선인의 불통 이미지가 굳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새 정부 첫 총리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한 적은 한번도 없다는 점에서 결정적 하자가 드러나지 않는 한 결국엔 민주당도 총리 인준에 반대하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강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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