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 마친 경찰견 진압시범… 월드컵때 경기장 투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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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풍~, 어서 쫓아가 잡아."

19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포곡면 에스원 경비견훈련센터. 경찰관의 명령이 떨어지자 개 한 마리가 달아나는 '범인'을 날쌔게 추격, 구석으로 몬다. 잠시 후 경찰이 도망자를 체포하자 구경꾼들의 박수가 터진다.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훌리건(축구장 난동꾼)을 진압하는 경찰견 양성을 위해 경찰관 네명이 한달간 개들과 합숙훈련을 끝내고 성과를 공개하는 현장이다. 하루 12시간씩 강행한 훈련 탓에 사람이나 개 모두 고됐으나 시범을 보이는 눈빛만은 날카롭다.

"안전한 월드컵을 치르는 데 한몫 할 수 있어 뿌듯합니다."

독일 셰퍼트종인 강풍(3세)과 한조를 이룬 서울 마포경찰서 김대희(金大禧.34)경장의 마음은 벌써 경기장에 가있다.

지방경찰청별로 체력검사 등을 거쳐 1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경찰들이 이 훈련센터에 입소한 것은 지난달 15일. 이때부터 강풍.강산.강철.강타 등 경비견 네마리와 함께 추적.수색.공격.복종 등 각종 훈련을 받아왔다.

가장 나이가 많은 강철(7세)과 한조인 부평경찰서 박민영(朴敏永.33)경장은 "처음에는 개가 낯을 가려 고생했으나 지금은 잠깐만 떨어져도 개 모습이 어른거린다"고 말했다.

훌리건 진압견은 군중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안전이 최우선이다. 그라운드에 들어온 관중을 쫓아내는 것이 주임무이므로 자신이나 경찰관이 공격당하지 않는 한 상대를 무는 난폭한 행동은 하지 않도록 훈련받았다.

우리나라는 지난 3월 일본을 방문한 이무영(李茂永)전 경찰청장이 훌리건을 진압하는데 개를 이용하는 시범을 보고 연구를 지시한 것이 도입의 계기가 됐다. 경비업체 에스원이 경비견 네마리를 경찰에 무상대여하고 훈련까지 맡았다.

월드컵 때 서울 상암경기장과 인천 문학경기장의 경비와 훌리건 진압을 맡게 될 경비견들은 월드컵이 끝나면 김포.인천공항으로 보내져 공항 경비를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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