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 높았던 법원, 국민들에게 소통의 문을 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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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의 활동 무대인 법원도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양승태(65) 대법원장은 2011년 9월 취임 이래 ‘국민과 소통하는 열린 법원’을 기치로 내걸고 법원 개혁에 박차를 가해왔다. 그 결과 세계은행(World Bank)이 지난해 발표한 기업환경보고서에서 한국 법원은 ‘계약분쟁 해결을 위한 사법제도’ 부문에서 2위를 차지했다.

2007년 17위, 2010년 5위에서 각각 15계단, 3계단 상승했다. 법원 관계자는 “이런 성적은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1위이며 사법 선진국인 독일·미국·프랑스를 앞선 것”이라며 “사법 개혁의 성과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시행 6년째를 맞는 국민참여재판은 법원의 대표적인 개혁 성과로 꼽힌다. 일반 국민이 배심원으로 재판에 참여해 유무죄·양형에 대해 의견을 내는 방식이다. 2008년 64건에 불과했던 참여재판 건수는 2009년 95건, 2010년 162건, 2011년 253건, 지난해 305건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7월부터는 재판 대상이 전체 형사합의사건으로 확대됐고 같은 달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국민사법참여위원회’도 출범했다. 위워회는 현재 참여재판 제도 개선책을 마련 중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법원 안팎에서 참여재판에 대한 호응이 높다”며 “국민과의 소통을 확대한다는 차원에서 제도를 확대·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은 또 올해 1월부터 법원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형사 사건 판결문을 누구나 열람·복사할 수 있도록 했다. 2015년부터는 민사 사건 판결문으로 판결문 공개를 확대할 예정이다.

법원 견학·체험 프로그램도 늘린다. 지난해 전국 법원 견학 참가자는 4만7000여 명이었다. 대법원은 견학 프로그램 외에도 ▶인턴십 등 사법 실무 체험 프로그램 ▶그림자 배심원 제도 ▶페이스북·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확대해 국민과의 소통에 나설 계획이다.

◆‘찾아가는 법정’ ‘축제’ 등으로도 소통=법원은 법정 밖으로의 소통에도 한창이다. 지난해 11월 서울고법은 국내 법원 중 처음으로 전남 고흥에서 ‘찾아가는 법정’을 열었다.

어민들이 “고흥만 방조제 개발사업 때문에 어획량이 줄었다”며 국가·고흥군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심리하기 위해서다. 당시 재판부는 “소송 당사자와 현장에서 직접 소통함으로써 재판 절차에 대한 이해도와 신뢰를 높이기 위한 시도”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서울중앙지법이 지난해 10월 법원 청사에서 연 ‘법문화 축제’엔 시민 10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판사들이 직접 가족 헌법 만들기, 법률문서 작성, 법정 체험, 자선 바자, 먹거리 장터 코너에 ‘도우미’로 나섰다.

당시 행사에 참석한 정모(40·여)씨는 “아이들 교육을 위해 참석했다”며 “어렵고 딱딱하기만 했던 법원이 한발한발 시민들에게 다가가려 하는 모습이 신선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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