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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개 분야 전문 인력 2200명 양성 … 시장개방 대비 끝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4면

이재후
김앤장 대표변호사

김앤장은 명실상부하게 한국을 대표하는 로펌이다.

지난해 한국 로펌으로는 처음으로 영국의 법률전문 미디어 ‘후즈후 리걸(Who’s Who Legal)’이 발표하는 세계 100대 로펌에 선정됐다. 아시아 로펌 중 100대 로펌에 든 곳은 네 곳에 불과하다. 누구든 잘 모르는 분야에 진입할 때는 1등을 찾기 마련이다. 그래서 한국에 처음 진출하는 외국 회사들은 한국에서 법률 자문을 받을 때면 김앤장부터 찾는다.

그러나 화려한 이력이 때로는 독이 되기도 한다. 법률시장 개방 초기 단계인 지금이 그럴 수 있다.

외국 기업 고객이 많은 김앤장으로서는 외국 로펌들의 국내 법률시장 진입에 가장 먼저, 크게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앤장을 이끌고 있는 이재후(72·사진) 대표 변호사는 현재 상황에 대해 “위기보다는 기회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선진국 대형 로펌들이 경험과 규모 면에서 압도적이지만 우리도 그동안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쌓아온 만큼 그대로 잠식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10년 넘게 끌어온 법률시장 개방 논의가 국내 로펌들에는 약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몸집을 불리고 전문성을 키우며 국제 관행과 높은 서비스 수준을 경험하는 등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기 때문이다.

김앤장 역시 꾸준히 대형화를 추진해 변호사 600명을 포함해 총인원 2200명 수준으로 몸집이 커졌다.

이 대표는 “대형화는 곧바로 전문화로 통한다”고 설명한다. 고객들의 법률적 요구가 다양하고 전문적인데 이에 대응하려면 변호사들도 전문지식과 경험으로 무장해야 하고, 이에 더해 모든 영역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규모가 커져야 가능한 일이다. 김앤장이 50여 개 전문 분야에 인력을 고루 배치할 수 있었던 것도 대형화 덕분이다.

이 대표는 “영국과 미국의 최고 수준 로펌은 3000~4000명에 이르는 변호사를 보유하고 있다”며 “김앤장을 포함한 국내 로펌이 많이 커지긴 했으나 여전히 한계는 있다”고 말했다.

해외 진출에 대해서는 신중함 속에 의지를 내비쳤다. 김앤장은 이미 2007년 두산인프라코어가 세계적인 건설장비 업체인 밥캣을 인수하는 거래에서 법률분야 지원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경험이 있다. 27개국에 산재한 72개 법인을 동시에 인수하는 작업이었다. 한국 기업 진출이 많은 아시아 시장을 겨냥해 홍콩 사무소를 내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이 대표는 “해외에 진출하려면 일감이 있어야 한다”며 “고객 수요에 맞춰 차근차근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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