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대북 제재 손잡자 … 북한, 추가 핵실험 협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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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리바오둥 유엔주재 중국 대사가 안보리의 북한 장거리로켓 발사 관련 제재 확대 결의안 채택에 손을 들어 찬성표를 던지고 있다. 그는 표결 후 “국제사회의 협조 속에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화=뉴시스]

북한이 23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비핵화 논의의 폐기를 선언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은하3호’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추가 대북제재 결의안 제2087호를 채택한 데 대한 반발이다. 북한은 나아가 추가 핵실험까지 예고해 한반도 정세가 긴장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다음 달 25일 출범을 앞둔 박근혜 정부는 인수위원회에서 대북정책을 가다듬고 있는 단계에서부터 돌출변수를 만나게 됐다.

 이날 미국·중국을 포함한 15개 이사국이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안보리 결의안의 골자는 금융거래 중단과 해외여행 금지다. 핵·미사일 개발에 쓰일 것으로 의심되는 물품은 안보리 금수(禁輸) 대상이 아니어도 유엔 회원국 판단에 따라 수출입을 통제할 수 있도록 한 ‘캐치 올(catch-all)’ 규정이 처음 들어갔다.

은하3호 로켓 발사를 주도한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와 무기 거래를 지원한 동방은행 등 단체 6곳과 위성발사 책임자 백창호(위성통제센터 소장) 등 4명을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

 특히 결의안엔 “북한이 추가 로켓 발사나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중대한 조치(significant action)’를 취할 것”이란 ‘자동개입(trigger)’ 조항(19항)이 포함됐다.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하면 안보리가 자동 개입해 제재할 것이란 점은 명백하다”고 경고했다.

 유엔 안보리가 추가 제재 결의안을 채택한 지 2시간 만에 북한은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조선반도 비핵화는 불가능하다는 최종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또 “앞으로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대화는 있어도 비핵화를 논의하는 대화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가증되는 적대정책으로 6자회담 9·19 공동성명(북핵 폐기를 조건으로 관계개선과 에너지 지원 등을 명시한 2005년 북·미 합의)은 사멸됐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핵 억제력을 포함한 자위적인 군사력을 질량적으로 확대 강화하는 임의의 물리적 대응타격 조치들을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말하는 핵 억제력 강화는 핵실험을 의미한다. 북한은 또 “운반 로켓을 더 많이 개발하고 발사할 것”이라며 장거리 미사일 개발도 계속할 뜻을 분명히 했다.

 현재 북한은 핵실험 준비를 사실상 마무리한 것으로 군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북한은 함북 길주군 만탑산 중턱에 500m가량 수평으로 뚫어놓은 2~3번 갱도 안쪽에 핵실험에 필요한 핵물질과 측정 장비를 설치하고, 콘크리트 등으로 갱도를 막는 되메우기 공사를 마친 상황이라고 군 관계자가 전했다. 국방부 당국자는 “북한이 파놓은 2번과 3번 갱도가 언제라도 핵실험이 가능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고 말했다.

 유호열(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한국정치학회장은 “미 오바마 행정부 2기와 중국 시진핑 체제 출범에 즈음해 김정은이 핵과 미사일을 결합한 카드까지 꺼내며 맞서는 형국”이라며 “체제 위기를 맞을 수 있는 위험한 도박을 시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엔 안보리 새 대북제재 (제2087호)

● 핵·미사일 전용 우려 품목의 수출입 통제
● 제재 회피를 위한 대량 현금 이용수법 감시
● 북한 금융기관 활동에 대한 감시 강화
● 위성통제센터장 등 개인 4명, 기관 6곳 추가 제재
● 공해상 의심 선박 검색 강화 등 추진
● 추가 도발 시 중대한 조치 취할 것임을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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