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등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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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여섯살짜리 어린이를 살해한 범인이 만10세의 소녀였다는 사건은 최근에 있었던 가장 위력적이 그 가슴아픈 사건이었다.
근자에 발생한 살인사건이비단 이것뿐인 것은 아니었지만, 이 사건만은 누구에게도 암울한 생각을 불러 일으키지 않을 수 없었다. 10세하면 어느 가정에서나 볼 수 있는 한창 때없이 자라는 어린이의 나이이다. 그들에겐 오직 무궁한 꿈이 있을 따름이다. 어른사회의 혼탁이 스며들 까닭도 없다.
그런데 이 사건만은 그런 아릅답고 순박한 어린이 세계의 특질을 완전하게 외면한 것이었다. 그래서 이 사건이 발생할 수 있었던 조건을 비문가들은 한결같이 가정교육의부비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사람을 죽인 조양은 또한 소년법의 부비로 처벌도·보호도 받지못한채 재범위험을 안고 방황하게 되었다. 이 소녀를 그런 무서운 잔학사건으로 몰아넣게 한 책임 없는 부모를 대신할 국가기관이 있든지 법이 있어야할 필요가 절실했다.
이때 나선 것이 김서울특별시장과 순복음신학교 3년생 권상규씨였다. 김시장은 어린이 복지관을 마련하여 시보사국장을 원장으로 동관에서 조양은 물론 그와갈은 경우의 어린이들을 수용, 치료키로 했다. 한편 권씨는 조양을 집에 데려다 진실한 사랑의 보금자리를 만들어 홀륭히 선도하겠다고 본사에 전해왔다. 권씨는 무엇보다도, 조양의 비뚤어진 성격이 가정환경에서 온것이라고 보고 그 부모를 대신하여 그 성격을 순화시켜 가야 하겠다고 나선것이다.
이런 두개의 실천적 온정은 육소년선등에대한 사회적 관심이 마침 한껏 고조되고 있는 때인지라 대단히 분하고 시범적인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런데 여기 또다른 갸륵한 이야기가 있다. 물에빠진 급우를 건지고 자신은 힘이겨워 마침내 익사하고만 전남함평국민학교 6학년 어린이 이증남군의 거륵한 자기희생의 내용이 본보에 보도되자 각계는 이군의 추모운동을 벌이게 됐다. 이 훌륭한 어린이를 낳은 함평국민학교에서는 그의 정신을 선양하고 받들기위해 「어린이 생명의 등불」 이란 추념탑을 세우기로 했다. 어린이들은 이군의 명복을 비는 글짓기대회도 열었거니와, 전남도 일대에선 이군 추모운동이 자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그들은 모두가 이군의 죽음에서 고귀한 정신적교 훈을 얻고있는 것이리라.
성질은 좀 다르지만 최근에 있었던 이 두개의 사랑의 사건은 뭉클한 감격을 우리에게 준다. 가치의식의 전도, 사회정의의 퇴색, 극단적인 이기심이 만연이 묻어있는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있던 작금, 우리는 이 사건에서 훈훈한 인간정신의 개가 같은 것을 느낀다.
메마르지 않은 이 사랑의 정신과 인간정신의 개가처럼 우리는 무한히 희망을 심는 씨앗을 뿌려가야겠다 하는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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