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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신분과 주택 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서울의 모습은 나날이 달라지고 있다. 몇년만에 고향땅을 밟은 사람은 급격히 달라진 모습에 놀란다. 이곳 저곳에 지하도·육교공사가 한창이고 도로공사가 분주하다. 고층건물은 해마다 자꾸 늘어난다. 부동산「붐」이다. 돈만 있으면 투자하는 것이 제일이라고 한다. 조국의 근대화는 이렇게 부동산「붐」을 타고 이루어지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서민의 주택난은 좀처럼 해결되는 것 같지 않다. 집값은 해마다 뛰어 오리기만하지 한번도 내려본 일은 없다. 이 복덕방 저 복덕방 헤매며 남의 집 셋방신세를 지고있는 사람이 서울에만 자그마치 30만가구나 된다고 한다.
세상은 확실히 요지경속이다. 집을 여러채 가지고 편안히 앉아 전세나 놓고있는 사람이 있는 반면, 집없는 숱한 월급장이들은 해마다 줄어드는 전셋돈을 갖고서 올라만 가는 집세하고 씨름하고 있으니 말이다.
요즈음 주택은 사회적 신분을 나타내는 가장 뚜렷한「스테이터스·심벌」이 되고 있다. 무슨 동 하면 몇천만원짜리 고급저택이 생각난다. 그리고 그 곳에 살고 있다면 으레 돈많은 사람이나 벼슬 높은 양방이 머리에 떠오른다. 한편 어디어디에 산다면 으레 비가 오면 진흙탕 구덩이가 되고 가물면 수도물이 안나오는 변두리의 월급장이들이 연상되기 마련이다.
특히 요즈음 돈푼이나 있는 사람들간에는 도심지의 소위 일류 주택가에 수백평의 초현대식 저택을 짓는 것이 유행처럼 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이런 저택 하나를 짓기 위해서 말짱한 집을 몇채씩이나 헐고 있는 사실이다.
도대체 우리는 언제나 집걱정 않고 살 수 있을까. 답답한 노릇이다. <한은 행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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