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로켓 은하3호 부품 대부분 자체 생산 … 기술은 옛 소련의 1960~70년대 수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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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평택2함대는 지난달 14일 변산반도 서쪽 해상에서 인양한 북한 장거리 로켓 ‘은하 3호’의 1단 추진체로 추정되는 잔해를 공개했다. 사진은 한글로 ‘은하’ 두 글자가 표기된 추진체의 모습. [중앙포토]

북한이 지난해 12월 12일 발사한 로켓 ‘은하3호’의 부품 대부분이 북한에서 자체 생산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국방부가 21일 밝혔다.

 국방부 산하 국방과학연구소(국과연)가 서해에서 건져낸 은하3호의 잔해물을 분석한 결과 6~10가지는 중국 등 5개 나라의 상용(常用) 제품이지만 나머지는 북한 자체 부품이었다. 장거리 로켓의 자체 기술 완성도가 크게 높아졌다는 뜻이다.

 국과연 관계자는 “지난해 4월 로켓 발사 실패 때의 경험을 보완한 것으로 보인다”며 “국제사회의 제재로 기술 도입과 부품 조달이 제한됐는데도 많은 실험을 바탕으로 장거리 미사일 기술의 완성도를 높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군 당국은 북한 미사일 잔해(산화제통, 연료통, 엔진 등 1단계 추진체)를 수거해 지난달 14일부터 이달 9일까지 대전 소재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정보본부, 정보사령부, 국방과학연구소, 항공우주연구원, 미국 미사일 전문가 등이 참가한 가운데 정밀조사를 실시해 왔다. 북한의 로켓 기술이 실물을 통해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과연은 “북한의 제작 기술이 진전하긴 했지만 조악한 면이 있어 정밀도가 떨어질 수 있다”며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맥락에서 북한은 화물차를 타고 가고, 우리는 KTX를 타고 간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관계자도 북한의 장거리 로켓 기술 수준에 대해 “소련의 1960~70년대 수준”이라고 평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노동미사일 기술 수준 정도”라고 밝혔다.

 이번 북한 로켓의 핵심 기술인 엔진의 경우 90년대 노동미사일 기술을 활용했다고 국과연은 분석했다.

 27t급의 노동미사일 엔진 4개와 3t급의 보조엔진 4개가 결합된 120t급 엔진인 것으로 국과연은 확인됐다. 보조 엔진은 로켓 방향을 제어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북한은 80년대에 스커드미사일을 개발하고, 90년대 들어 노동미사일을 개발했다.

 잔해에서 발견된 외국산 부품은 직류전환기, 온도감지기 등 다수의 전자기기와 감지기였다. 국과연 관계자는 “외국산 부품은 여행을 가서도 쉽게 살 수 있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이들 부품을 밀수했을 가능성은 낮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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