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출신 서울시 공무원 간첩 혐의 … 2~3명 추가 내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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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탈북자 출신 서울시 공무원이 국가보안법 위반(목적 수행, 특수 잠입·탈출 등) 혐의로 국가정보원 요원들에 의해 체포됐다. 국가정보원과 검찰은 21일 서울시청 복지정책과 탈북자 담당 주무관 유모(33)씨를 지난 11일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유씨는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의 지령에 따라 서울시내 거주 탈북자 자료를 통째로 북측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탈북자 출신 공무원이 간첩 혐의로 체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함북 청진의대를 나와 1년 정도 외과의사 생활을 한 유씨는 2004년 혼자 탈북해 한국에 왔다. 2011년 6월 탈북자 대상 서울시 특별전형에 2년 계약직으로 합격해 서울시에 근무해 왔다. 유씨는 지난해 한 지상파 TV의 북한 프로그램에 소개되기도 했다. 한 대북 전문 매체와의 인터뷰에선 “탈북자 출신 공무원이라고 하면 상담받으러 온 탈북자 분들이 놀란다. 일반 공무원보다 더 신뢰감을 갖는다”며 “한반도에 큰 변화가 있을 때 기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유씨는 탈북자 명단과 한국 정착상황, 생활환경 등 관련 정보를 북측에 제공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전체 국내 입국 탈북자 2만4000여 명 중 서울에 거주하는 1만여 명의 자료가 흘러나간 것으로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2004년 탈북해 국내에 들어온 뒤 중국을 통해 여러 차례 북한을 드나든 사실도 수사 결과 드러났다.

유씨는 내사 사실을 눈치채고 해외로 달아나려 했던 것으로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수사 당국은 유씨가 간첩활동을 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서울시 공무원시험에 응시했는지와 자료를 북한에 넘긴 과정 등을 조사하고 있다. 서울시청 관계자는 “유씨를 의지하는 탈북자들이 많아 탈북 경로나 북한 인적사항 등도 많이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씨가 탈북자 관련 자료를 넘긴 게 사실일 경우 테러나 북한 귀환을 종용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5월 탈북자 박인숙씨가 북한으로 넘어간 것처럼 북한의 탈북자 회유공작으로 재입북하는 사례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당국은 유씨의 신병을 곧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로 넘길 방침이다. 또 유씨와 공모한 혐의가 있는 인사 2~3명을 추가로 내사 중이다. 유씨는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탈북자 간첩이 늘어나면서 공안 당국의 탈북자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국정원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탈북자 위장간첩 11명이 검거됐다.

간첩 혐의 탈북자 출신 공무원 행적

- 1980년 함북 출생
- 청진의대 졸업 후 1년간 외과의사 생활
- 2004년 중국으로 탈북 후 한국에 귀순
- 2007년 Y대에서 경영학 전공
- 2009년 남북청년모임 ‘영한우리’ 대표
- 2011년 3월 대학 졸업 후 무역회사 근무
- 2011년 6월 탈북자 대상 서울시 특별전형 합격
- 2012년 3월 S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 전공
- 2013년 1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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