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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배드·시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남산 어린이 살해사건의 진범이 잡혔다. 그동안 수사선상에오른 혐의자만 하더라도 10여명이된다.
무당, 친척, 이웃사람, 소년원생, 심지어 그 어머니까지가심문을 당했었다.
이러한 경위만보더라도 「남산어린이 살해」는 꽤 까다로운수사사건이었던모양이다.
친족, 원한, 미신…이렇게다각적인면에서수사를전개했었지만 그 결과는 모두가 미궁이었다.
살인사건은 추리소설의 주제곡처럼되어있다. 그만큼 어려운 사건들이기 때문이다.
「시카고」범죄조사위원회에서 밝힌 통계룰 보면수십동안 5천이상의 살인사건이 발생되었는데 그중 해결을본것은 불과 그반수밖에는 되지않는다는것이다.
그런데 수사전문가의 의견을들어보면 살인사건가운데 가장 다루기 힘든 것은 엽기적인 무동기의 살인, 그리고 정신병자나 애들이 저지른 살인이라고 한다.
그것은 모두 혐의를 따지기 어렵다는 문제에 공통점이 있다.
순진한 아이들, 아직 사회악에물들지않은 어린 꽃봉오리, 대체누가 애들이 그 무서운 살인을 저질렀다고 의심하는가? 아무리악한애라하더라도 소꿉친구의 장난감이나 부모의 눈을 속여 잔돈푼율 훔쳐내는것이 기껏이다.
남산어린이 살해사건만해도 바로 그랬던 것이다.
살해된 아이의친족을 의심하면 의심했었지, 그진범이 설마하니 13세의 소녀였을거라고는 누구도 짐작조차하지못했던 일이다.
「마빈· 르로이」감독「배드·시드」의 영화가 남산 오솔길에서 재연될줄을 누가알았겠는가?
형사실에 나타나, 마치 인형의목을 비틀기나 한것처럼 아무죄의식없이 살인내용을 말하더라는 13세소녀…빈맥줏병을 훔쳐다 엿을 사먹둣이 사람을 죽여 그머리카락을 잘라 과자를 사먹었다는 그소녀…소름이 끼치는 일이다.
그러나 남산어린이 살해사건은그냥끔찍한일로돌려버릴문제가아닐것같다.
듣건대그소녀의 가정환경은 정상이 아니었던것같고, 부모의 편애때문에 가출을 한것으로 되어있다.
「배드·시드」(악의종자)가 따로있는것이 아니다.
결국 따져가면, 그소녀를「배드·시드」라고 단정하기전에…애들이 이럴수가 있느냐고하기전에, 『어른들이 이럴수 있느냐』로 그한탄이 바뀌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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