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마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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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KS「마크」에 말썽이 붙었다. 진짜보다 가짜가 더 판을 치고, 속여서 거뜬히 넘어 갈 수 있는 것은 물론, 속일수 없는 것도 슬쩍 슬쩍 해치우는 세상이니, KS「마크」라고 예외일 수 없었던 모양. 올라가던 2층집이 별안간 내려않았다는 보도와 시경에서 적발해 냈다는 엉터리「콘크리트」말뚝과 어떤관계가 있는지 모른지만, 「코리언·스탠다드」의 약자인 듯한 KS는 실상「코리안?솔로」의 약자일 수도 있다. 엉터리 KS「마크」는 진정 한국의 비애이기 때문이다. 속담에 있듯이 콩으로 메주를 쑨대도 모두들 얼른 곧이듣지 않게 됐다.
불신이란 나라의 현실이나, 위정자들의 애국심의 강도를 미처 깨닫지 못하는 백성들의 잘못만은 아니다.
곧이 듣다가 뜻하지 않는 재화를 입을 공산이 클 때 발동하는 자위본능의 표현인 경우가 더 많다.
또 불신이란 국가대사에서 비롯하지 않고,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차반사에서 시작해서 연쇄적으로 크고 근본적인 대사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KS「마크」가 붙은 비누 한 장, 말뚝 한 개가 제구실을 못하는 것을 깨달은 사람은 KS「마크」가 붙은 모든 상품을, KS「마크」를 허가하는 사무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을, 그런 사람들을 부리는 감독자들을, 그 일을 주관하는 관청을...해서 결국 갈데까지 가서 불신의 심증을 굳힌다.
이런 종류의 불신을 고치는 법은 국민도의니, 민족성이니 하는 것을 고상한 말로 풀이 하지말고 불신의 시발점을 잡아내서 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다. 백성은 믿지 않으려야 안믿을수 없을 때, 마지못해 믿어주는 것이다.
백성 마음에 불신과 회의를 일으키게 하는 KS「마크」가 있는 반면, 실상 미덥고 근사하기만 하진 않은 것인데도 터무티 없는 동경의 대상이 되어 있는 또 다른 KS「마크」가 있다. KS로 표시되는 학교를 다닌 인물이 모조리 장관이 되고 박사가 된다면 귀신이 곡할노릇. 믿어야 할 것은 미덥지 않고 믿어선 안될 것을 기를 쓰고 믿으려 하는 두가지 KS「마크」-한국의 비애가 그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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