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운드 협상 막판 진통] 한국농업 개도국지위 위기

중앙일보

입력

뉴라운드 협상이 종반전에 접어든 가운데 회원국간 의견이 맞서 진통을 겪고 있다.

공산품과 서비스.임수산물 분야는 개별 그룹회의 대상에서 제외됨에 따라 각료선언문 초안대로 확정될 것으로 보여 앞으로 4~5년간 협상을 통해 교육.의료.법률.통신 등 분야에서 추가 개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대 쟁점인 농업 분야와 반덤핑 협정 개정, 환경.지적재산권 분야는 여전히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상태다. 이 때문에 13일 오전 10시(한국시간 오후 4시)~오후 1시로 잡은 최종 각료선언문 채택 일정이 다소 늦어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 한국 입장 지키기 어려워진 농업=농산물 수출국가와 수입국가의 의견이 맞선 가운데 선언문 초안에 들어간, 사실상 대폭적인 시장개방을 의미하는 '실질적(substantial)'이란 문구의 수정이 어려운 쪽으로 가고 있다.

미국은 11일 한국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특정 문구를 수정하려 들 경우 연쇄적인 수정이 불가피하므로 합의에 실패할 수 있다"면서 선언문 초안을 받아들일 뜻을 밝혔다.

일본도 이를 수용할 움직임이다.'점진적(progressive)'이란 문구를 넣자는 한국 등 농산물 수입국의 말발이 통하지 않고 있다.

선언문 초안대로 결정될 경우 현재 평균 60%인 농산물에 대한 한국의 관세율 인하가 불가피해 추가적인 개방 확대로 이어지게 된다. 더구나 2004년으로 예정된 쌀 시장 추가개방 협상과 뉴라운드 농업 협상 일정이 겹칠 경우 한국의 농업 분야에 대한 개발도상국 지위 유지.관세화 유예 등 예외 조치가 도마에 오를 수 있다.

수산자원의 남획을 막기 위해 수산물 보조금을 규제하자는 주장도 그대로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어업용 면세유 등 현재 3천억원 규모인 어업 보조금의 감축으로 수산업계도 피해가 우려된다.

◇ 절충 가능성 남은 반덤핑협정=미국이 유일하게 반대하는 가운데 중간 그룹 국가의 중재로 한국.일본.칠레가 미국과 절충에 들어갔다. 황두연 통상교섭본부장은 "반덤핑 조치의 남용에 대해선 모두 경험했으므로 문제점이 있는지 연구.검토를 먼저 하자는 미국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미국도 홀로 고집할 경우 '왕따'당할 가능성이 있어 뉴라운드 출범을 위해 절충할 여지가 있다.

◇ 팽팽하게 맞붙은 환경 분야=환경기준이 미달하거나 환경파괴적인 정책을 펴는 나라에 대해 교역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으로 유럽연합(EU)이 가장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인도.브라질 등 개발도상국들은 선진국이 보호주의 수단으로 쓸 가능성이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미국은 의제로 채택할 것인지를 검토한 뒤 차기 각료회의에서 협상 개시 여부를 결정하자는 중도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 서비스시장 개방은 합의 상태=뉴라운드 협상이 끝나면 다음달 초부터 관련 분야 회의가 열려 가장 먼저 시장개방에 대한 협상이 시작될 분야다.

한국은 지난 4월 외국의 무역장벽을 낮추기 위해 해운.건설.유통.금융.통신 등에 대한 협상 제안서를 냈는데, 다른 주요 국가의 제안서를 보면 통신.시청각.법률.의료.교육 등에 대한 추가개방 압력이 거세지리란 관측이다.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통신의 경우 현행 통신사업자에 대한 외국인 지분 제한(49%)에 대한 완화▶시청각에서는 연간 1백46일의 국산영화 상영 의무를 규정한 스크린쿼터제 폐지▶의료에선 국내의사 면허를 소지하거나 비영리법인만 설립이 가능한 병원설립 규정의 완화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법률 분야에선 외국법에 대한 자문 허용과 외국 법률사무소 명칭 사용 허용, 국내 변호사의 고용.동업 허용 등이 문제가 되고, 교육 분야에선 학교설립 제한에 대한 완화 압력에 직면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도하(카타르)=홍병기 기자klaat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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