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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자동차업계 “오바마, 인위적 엔화 약세 경고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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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엔화 가치 하락은 한국에만 발등의 불이 아니었다. 자기 나라 수출 경쟁력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걱정하기는 세계 각국이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각국 정부와 단체는 17일(현지시간) 일제히 일본이 인위적으로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데 대한 경고를 쏟아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이날 독일 연방 하원 연설에서 “일본 새 정부의 정책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본 정부가) 중앙은행의 정책 방향을 잘못 이해하는 바람에 세계 금융시장에 돈이 지나치게 풀렸다(excess of liquidity)”고 덧붙였다.

 국제무역연구원의 명진호 수석연구원은 “독일은 자동차·화학·기계와 각종 부품·소재 분야에서 일본과 경쟁하는 나라”라며 “쇼이블레 장관의 발언은 엔화 가치 하락으로 일본과의 경쟁에서 독일이 불리한 입장에 서게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나온 것”이라고 해석했다. 일본은 자국의 돈을 푸는 한편으로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이 발행한 채권을 계속 사들여 유로화에 대한 엔화 약세를 유도해 왔다. 이로 인해 엔화 값은 지난해 초 유로당 99.5엔에서 18일 120.5엔으로 1년 만에 21엔(21%) 하락했다.

 미국 자동차 회사의 싱크탱크인 미국자동차정책평의회(AAPC)는 이날 규탄에 가까운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AAPC는 성명에서 “일본은 엔화 가치를 떨어뜨림으로써 교역국에 피해를 주는 정책을 펴고 있다”고 주장했다.

AAPC는 이어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대해 “미국이 그런 정책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일본이 역공당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일본 정부에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한국·미국·독일·중국처럼 엔화 가치 하락에 피해를 보는 나라가 올해 주요 20개국(G20) 회의 같은 자리에서 일본의 방침을 견제하는 논의를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 세계가 우려를 쏟아내는 가운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경제 자문인 하마다 고이치(濱田宏一) 교수는 “달러당 95~100엔 정도는 괜찮다”는 발언을 했다. 그는 18일 일본외국특파원협회 초청 강연에서 “달러당 110엔이면 인플레이션 위험이 있지만 95~100엔은 OK”라고 말했다.

 이날 일본 닛케이지수는 일본 기업의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에 전날보다 303.66포인트(2.86%) 급등한 10913.30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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