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불황에 도넛 호황 … 싸고 달아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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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애니메이션 ‘심슨네 가족들(The Simpsons)’의 주인공 호머 심슨은 입에 도넛을 달고 산다. 미국인들은 심슨만큼이나 도넛을 사랑한다. 매년 6월 첫째 금요일이 ‘도넛 데이(National Donut Day)’로 지정돼 있을 정도다. 이들에게 달콤하고 쫀득한 도넛은 간식이자 삶의 활력소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은 16일(현지시간)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에서 도넛 가게들이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던킨도너츠, 크리스피크림 같은 도넛 업체들은 속속 매장을 늘리고 있다.

 미국에서만 7200개의 매장을 운영 중인 던킨도너츠의 운영사 던킨브랜드그룹은 지난해 291곳의 매장을 새로 열었다. 올해에는 330~360개의 매장을 추가로 열 계획이다. 사업 부진으로 2002년 철수했던 미 서부 지역에도 재진출한다. 나이절 트래비스 던킨브랜드그룹 최고경영자(CEO)는 “회사가 꾸준히 성장하고 물류상황도 안정적”이라며 “2015년 캘리포니아 등 서부에 재진출해 5년 안에 150개로 매장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240개의 미국 매장을 갖고 있는 크리스피크림도 2017년까지 매장 수를 400개로 늘리기로 했다.

 미국의 도넛 업체들이 때아닌 호황을 누리는 이유는 경기침체로 스트레스를 받은 사람들이 단 음식에 끌리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당분을 먹으면 분비되는 세로토닌 호르몬은 심리 상태를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도넛은 값이 싸 호주머니가 가벼워진 사람들에게 제격이다. 게다가 도넛 업체들이 생과일 주스 등 웰빙 메뉴를 적극 개발한 것도 주효했다. 또 스타벅스 등 커피전문점보다 싸고 질도 떨어지지 않는 커피를 내놓아 호평을 받았다.

 이런 성장세에 힘입어 던킨브랜드는 지난해 기업공개(IPO)를 통해 4억2275만 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다. 지난해 매출은 6억6700만 달러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5억3800만 달러)보다 24% 늘었다. 크리스피크림의 매출도 지난해 11% 증가하면서 2007년 이후 가장 큰 성장세를 보였 다.

채승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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