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전세금 가압류 모른 채 집 샀어도 … 새 주인이 채권자에게 돈 갚아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세입자 유모씨는 2002년 집주인 박모씨에게 전세보증금 3000만원을 주고 다가구주택에 입주했다. 박씨는 이듬해 김모씨에게 주택을 팔았고 김씨는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유씨에 대한 임대인 지위도 승계했다. 신용보증기금은 2005년 유씨에 대한 채권을 보전하기 위해 그의 전세금을 가압류했다. 이후 신용보증기금은 유씨를 상대로 청구소송을 내 확정판결을 받았고 이를 집주인인 김씨에게도 알렸다.

김씨는 2007년 7월 다시 이 집을 고모(39)씨에게 팔았다. 세입자였던 유씨는 같은 해 10월 이사를 했고 고씨는 유씨에게 전세금 3000만원을 내줬다. 이후 신용보증기금은 법원에서 채권을 회수하는 명령을 받아 새 집주인 고씨에게 송달했다. 고씨는 “이미 전세금을 내줬고 가압류된 사실도 몰랐다”며 돈을 갚을 의무가 없다고 거부했다. 그러나 신용보증기금은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17일 신용보증기금이 고씨를 상대로 제기한 추심금 청구소송에서 돈을 갚을 의무가 없다고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새로 집을 산 사람은 세입자에게 돈을 돌려 줄 의무도 자동으로 지게 되는데 전세금이 가압류된 경우 (세입자의) 채무도 이와 같은 취지로 자동 이전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윤성식 대법원 공보관은 “전세를 낀 상태에서 집을 사게 된다면 전세금이 가압류돼 있는지 등을 전 집주인 또는 세입자에게 반드시 미리 확인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만약 그러지 않고 전세금을 내주면 가압류를 한 채권자에게도 돈을 갚을 의무가 생긴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1, 2심 재판부는 “주택을 파는 과정에서 가압류의 효력이 없어졌다”며 신용보증기금의 청구를 기각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