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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백골로 발견된 독거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부산의 주택가에서 6년여 전에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중년 남성의 시신이 발견됐다. 17일 경찰에 따르면 부산시 서구 남부민동의 한 건물 2층 보일러실에서 세입자인 도모(사망 당시 49세)씨가 숨져 있는 것을 수도관 수리를 하려던 건물주 장모(39)씨가 발견했다. 도씨의 시신은 피부조직이 모두 부패해 유골만 남았고 바닥에 누운 상태였다.

 경찰은 외부인 침입이나 타살 흔적이 없어 도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시신 주변에선 홀치기 매듭을 한 전선이 머리카락과 엉긴 상태로 발견됐다. 사망 시점은 2006년 11월 말로 추정된다. 도씨의 방에 걸린 달력이 2006년 11월을 가리키고 있었고 문 밖에는 2007년 1월 김씨에게 배달된 우편물과 고지서가 쌓여 있었다. 유가족과 이웃 주민은 “2006년 이후에는 본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시신이 부패하는 악취가 보일러실 통풍구를 통해 빠져나가 이웃 주민들도 몰랐던 것으로 보고 있다. 주인 장씨는 “도씨가 다른 지방을 오가며 노동일을 하느라 집을 비우는 일이 잦았기 때문에 찾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결혼을 하지 않고 어머니와 함께 살다가 2002년 어머니가 숨진 뒤 혼자 살았다. 김씨가 사용하던 방의 장롱 문짝 안쪽에는 조부모와 부모의 음력 기일이 굵은 매직으로 적혀 있었다. 방 한쪽의 작은 상 위에는 제기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부모와 조부모의 영정도 놓여 있었다.

 경찰은 “이웃 주민이 7년 동안 모습을 감춰도 아무도 의문을 갖고 찾아보지 않은 세태가 씁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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