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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뿐인 협회장” “현안 해결엔 큰힘” … 정치인 경기단체장 찬반 팽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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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정치인이 체육 단체장을 맡는 것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팽팽하다. 국회의원과 단체장 겸임으로 인한 업무 공백과 전문성 결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반면 입법 활동과 예산 배정 등을 통해 해당 종목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는 쪽도 있다.

 정희준(48) 동아대 생활체육학과 교수는 “정치인 단체장이 대한체육회를 망치는 주범”이라며 강한 어조로 말했다. 그는 “의원직을 수행하면서 단체장을 겸직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정치인 회장이 협회 일을 제대로 챙기지 않는다는 비난을 주변에서 많이 들었다. 국회의원이 해당 단체에 신경 쓰지 않아 비리가 발생할 소지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종영(60) 한국체대 사회체육과 교수는 “그동안 정치인을 단체장으로 모신 이유는 인건비를 절약하고 권력을 활용해 큰 대회를 유치하려는 목적이 강했다. 그러나 이제는 재정적 여유가 생겨 경영만 잘하면 충분히 단체 운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시대 흐름에 따라 단체장도 체육 전문가가 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농구협회 임원은 “이종걸 협회장은 전용경기장 설립 등 자신이 내세운 공약도 지키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러나 꼭 부작용만 있는 것은 아니다. 컬링협회장에 출마한 김재원 의원을 지지하는 김경두(57) 경북 컬링협회장은 “전임 집행부에서 노력한 것을 인정하지만 지금은 힘 있는 회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컬링의 세계화, 평창 겨울올림픽 성공, 황폐한 인프라 개선 등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리더십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밝혔다. 김종(52)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체육인이라고 해서 꼭 전문가는 아니다. 해당 분야에 대해 아는 것과 행정을 하는 것은 다르다”며 “정치인이 단체장이 되면 정치적 역량을 발휘해 예산을 편성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고 말했다.

오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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