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철 재앙’ 용인, 이번엔 월드컵구장급 운동장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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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삼가동의 42번 국도변에 거대한 공사 현장이 눈에 들어온다. 타워크레인 3대가 쉴 새 없이 공사 자재를 옮기고 있다. 3023억원의 예산을 들여 2015년 완공 예정인 시립 종합경기장 건설공사다. 3만7000석 규모로 인근 수원월드컵경기장(4만4000석), 화성종합경기장(3만5000석)과 비교해 손색이 없다.

공사 중인 시립 종합경기장(왼쪽 사진)▷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용인시를 골치아프게 하는 건 경기장 활용 문제다. 국제 스포츠 이벤트를 유치한 것도 아니고, 용인을 연고로 하는 프로구단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한때 경기도 체육대회를 유치하자는 논의도 있었지만 적자가 뻔해 고려 대상에서 제외한 지 오래다. 이 때문에 매머드급 경기장을 지어놓고도 활용하지 못해 애물단지가 돼버린 화성경기장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화성경기장은 2011년 개장 이래 단 2회의 국제 경기(A매치)를 치렀을 뿐이다. 용인시 관계자는 “1985년에 지은 기존 공설운동장으로는 급성장한 시의 규모를 감당할 수 없어 새 운동장을 짓게 됐다”고 말했지만 방만한 예산 운용이란 논란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더구나 용인시는 2011년부터 경전철 공사로 인한 재정난에 빠진 상태다. 용인시는 2015년까지 민간사업자에 경전철 공사비 7700억원을 물어줘야 한다.

 종합운동장 이외에도 용인시가 추진하는 각종 공공시설물 건립에 대한 과잉·중복투자 논란이 일고 있다. 허리띠를 졸라맨다면서도 일부 시설은 여전히 대형화를 고집하고 있다. 기흥구 보정종합복지센터가 대표적이다. 시는 573억원을 들여 지하2층·지상 4층짜리 센터 신축을 추진하고 있다. 동 주민센터와 시립 어린이집, 청소년문화센터, 노인복지관, 실내수영장이 들어선다.

 그런데 센터로부터 반경 2㎞ 안에 공공 실내수영장 2곳과 민간 수영장 한 곳이 운영되고 있어 중복투자로 지적받고 있다. 노인복지관도 1㎞쯤 떨어진 수지구청과 중복된다. 같은 기흥구인 신갈동에는 65억원짜리 기흥노인복지관 신축이 예정돼 있다. 용인시 고위 간부조차도 “수영장의 연간 관리비가 수억원에 달해 중복투자로 인한 예산 낭비가 될 수 있어 지금이라도 설계 변경을 해야 한다”는 비판적 입장이다.

 신축 예정인 동 주민센터 가운데 일부도 논란의 대상이다. 용인시는 별도 청사가 없어 일반 건물에서 더부살이를 해오던 8개 동 주민센터를 1244억원을 들여 짓기로 했다. 이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서농동 주민센터는 지하 2층, 지상 4층(연면적 1만1600㎡)짜리 건물을 짓는 데 418억원이 든다. 44억원을 들여 짓는 종합양육지원센터(연면적 2500㎡)보다 건물 면적은 4배 정도 크지만 비용은 9배나 더 들어간다. 용인환경정의 이정현 사무국장은 “동 주민센터나 복지센터는 필요한 시설이긴 하지만 내실을 기하는 게 우선인데 외연에 치중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주민이 참여하는 주민참여예산심의위원회를 거쳐 우선순위를 정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문제가 있는 사업에 대해선 개선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용인=유길용·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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