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부채 3,700억원 출자전환 신동방 살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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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업체 최초로 적대적 인수합병(M&A)시도, 최초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대상 기업 포함, 증권거래법.외환관리법 위반 등으로 회장 구속….

해표식용유로 유명한 ㈜신동방이 겪은 최근 5년간의 일들은 국내 중견기업 흥망사의 축소판이다. 그런 신동방이 부채의 출자전환을 통해 회생의 시동을 걸었다.

한빛은행 등 신동방 채권단은 5일 신동방의 부채 중 3천7백억원을 출자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신동방은 6천55억원의 부채가 2천3백55억원으로 줄게 됐다.

한빛은행 출신인 김중수 신동방 부사장은 "경영이 호전되자 채권단이 거액의 부채를 출자전환해줘 본격적인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金 부사장은 "서울 양평동 본사 사옥과 부산.진해.수원 공장의 매각이 완료되면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날 것"이라며 "내년말로 예정된 워크아웃 졸업도 내년 상반기 중으로 앞당길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신동방은 지난해 2백20억원의 이익을 낸 데 이어 올해는 3백25억원의 영업이익이 예상되고 있다.

98년 이후 직원은 30%, 임원은 60% 줄였고 직원들은 6백50%의 상여금가운데 매년 3백~5백50%를 반납하는 등 자구노력을 해온 결과다. 지난 8월에는 노조가 임금협상.단체협약을 회사에 위임하기도 했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창업주인 신덕균 전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은 신명수 전 회장은 창업 30주년을 맞던 1996년 사명을 동방유량에서 신동방으로 바꾸고 공격적인 경영에 나섰다. 97년초 유통사업 진출을 위해 대농그룹의 미도파백화점에 대한 적대적 M&A를 시도했으나 실패, 신동방은 물론 대농까지 그룹이 와해되는 빌미가 됐다.

또 신동방은 '무세제 세탁기 개발'과 관련해 주가조작 혐의를 받았으며, 노태우 대통령의 사돈이기도 한 신명수 회장은 대통령 비자금 사건과 증권거래법 위반.외화밀반출 혐의로 집행유예 선고를 받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90년대 중반까지 가정용 식용유 부문에서 시장점유율이 60%에 달했던 해표식용유는 38%까지 점유율이 낮아지기도 했다. 현재 申 전 회장은 회사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뗀 상태다. 사장 자리는 비워둔 채 송인기(46) 상무가 대표 이사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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