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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금인상과 교통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교통지옥, 이것은 고달픈 서울시민생활의 축도다. 우리 생활 면에 나타나는 모든 불행을 가난하기 때문이라는 한마디에 몰아붙이고 해결하여 보려고도 하지 않는데서 불행은 누적되고 빈곤은 악순환 한다.
가난하기 때문에 지하철을 못 만들고, 가난하기 때문에 증거가 안 되고, 가난하기 때문에 정비가 불량하며, 가난하기 때문에 불친절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난이 모든 책임을 면제해주는 것은 아니며 불행을 해소해 주는 것은 더욱 아니다. 그 가운데서 조금씩이나마 개선하려는 꾸준한 노력의 축적이 교통난도, 불행도 그리고 가난도 극복하는 것이다.
말썽 많던「버스요금」이 5월1일을 기해서 대폭 인상된다. 이것은 우선 시내교통난의 원인을 이루고 있는 여러가지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시 당국은 지하도 또는 육교의 설치, 노선의 변경, 정거장거리의 조정, 시차제의 재조정 등으로 교통난완화에 힘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먼저 하여야 할 것은 대중차량의 대량증차다. 종래 증차가 안된 이유로는 노폭이 부족하다는 것을 들어왔다. 그러나 사실은 차량 당 수익을 최대한도로 올리기 위한 업자와 관청의 묵계에 의한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이번 요금인상과 더불어 먼저 시민이 조금도 불편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거의 무제한 증차하여야 한다. 정부가「콜트」나「코로나」승용차 수입에 표시한 성의의 십분의 일만을 대중차량증차에 경주한다면 교통난은 거의 해소되었을 것이다.
다음으로 차량정비에 업자와 당국은 힘써야 한다. 차량검사의 고비를 넘기고 그 때 한 몫 보려는 식의 정비에 대한 관념에 일대전환이 있어야 한다. 정비 안 된 차량은 문명의 이기로부터 흉기로 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기적으로 정비 점검하는 제도를 확립함으로써 안전하고 깨끗한 대중차량을 업주나 이용자가 자랑할 수 있을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 모든 시민이 하루에 적어도 두 차례는 신세를 져야하는 대중차량이 공중변소와 더불어 가장 불결하다는 것은 품위에 관한 문제다.
다음에는 종업원의「서비스」의 개선이다. 운전원과 차장의 접객태도는 때로는 불친절의 표본인 것 같은 감을 준다. 어렸을 때의 기억에 의하면 많은 사람을 싣고 육중한 차량을 운전하는 운전원의 모습은 동경의 대상이기도 하였다.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친절히 안내하는 여차장은 잊을 수 없는 아리따운 여성의 첫 인상이기도 하였다.
시대에 따라서 동경의 대상과 흠모의 척도도 달라지지만 요사이 운전원과 차장이 주는 인상은 너무나 대조적이다. 그들에 대한 대우개선과 노동시간의 단축이 시급하다. 인간미가 흘러나올 수 있는 최저기준이 충족돼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도 가난과 피로가 모든 것을 상쇄하는 구실은 될 수 없다.
교통지옥 속에서도 맡을 수 있는 향기는 우리학생들이다. 그 비좁은 속에서도 학생들이 반드시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짐을 맡아주는 미풍이다. 외국에서도 흔히 볼 수 없는 아름다운 광경이며 이 사회의, 장래를 비관만 할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한다.
우리의 차장과 운전원들로부터 이 학생들에게서 느끼는 흐뭇함을 느끼게되면 얼마나 교통지옥의 심적 고통이라도 가실 것인가. 그리고 교통문제에 관계되는 공무원이 그들의 반만큼만 성실하여지면 이 사회는 얼마나 명랑해질까. 이번의 요금인상이 이 모든 새 출발의 계기가 되기를 비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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