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바닥 신호 ‘분양가’ 보면 안다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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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한기자] 지난해 10월 분양을 시작한 서울 양천구 목동 센트럴푸르지오의 분양가는 3.3㎡ 평균 2200만원대로 주변 비슷한 조건의 하이페리온Ⅱ, 트라팰리스의 시세(KB시세 기준 3.3㎡당 2600~3000만원)보다 낮습니다. 저렴한 분양가로 관심을 끌었지만 아직 미분양이 남아있네요.

대림산업 계열사인 삼호가 역시 지난해 10월말 경기 여주에 공급한 e편한세상 여주도 3.3㎡당 659만원대로 주변 여주 신도브래뉴(650~750만원) 보다 저렴한 편입니다. 이 지역에서 5년 만에 공급되는 브랜드 아파트지만 아직 미분양이 있습니다.

요즘 분양하는 아파트는 대부분 주변시세와 비교해 비슷하거나 오히려 싸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서울 왕십리뉴타운1구역 등 앞으로 분양하는 아파트도 대부분 기존 시세와 비슷한 수준에서 분양가를 책정하려고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2008년 이전만 해도 아파트 분양가는 보통 주변 시세보다 20~30%씩 비쌌습니다. 입주할 때 그만큼 주변 시세도 올라갈 것으로 기대했죠. 비싼 가격에 분양했지만 당시엔 웬만해서는 대부분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하지만 요즘 분양가와 기존 아파트 시세가 많이 비슷해 지고 있습니다. 한 부동산정보업체 조사에 따르면 2007년 서울·수도권의 신규 아파트 분양가를 해당 지역 기존 아파트 평균 시세와 비교하면 129.1%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30% 정도 비쌌던 셈입니다.

그런데 이 비율이 지난해 115.9%까지 낮아졌습니다.

분양가와 기존 아파트 시세가 비슷해 진 건 향후 주택시장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줍니다.

분양가는 20% 떨어졌는데, 매매시장은 3% 하락

먼저 기존 주택 시세는 좀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동양증권 정상협 연구원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새 아파트 분양가가 기존 아파트 시세와 비슷해진다는 건 기존 아파트는 앞으로 가격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입니다. 아파트가 다 지어졌다고 생각해 봅시다.

적어도 기존 아파트값이 새 아파트 분양가 이상으로 올라 있진 않을 겁니다. 같은 지역에 새 아파트와 헌 아파트의 가격이 같다면 무엇을 선택하겠습니까. 당연히 새 아파트겠죠. 주택시장 침체기엔 새 아파트값이 해당지역 주택 시세의 상한선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과거 활황기에는 새 아파트건 헌 아파트건 상품의 질에 따라 가격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한 곳이 잘나가면 주변은 덩달아 뛰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같은 시장 침체기엔 다릅니다. 새 아파트와 헌 아파트의 가격 차이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분양시장에서 새 아파트 분양가는 많이 떨어졌습니다. 2008년 서울·수도권 아파트 3.3㎡당 분양가는 1400만원에 육박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1100만원대까지 떨어졌습니다. 서울·수도권 신규 아파트 분양가는 이미 20%이상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서울·수도권 아파트 시세는 평균 3.2%(KB시세 기준) 하락하는 데 머물렀습니다. 매매시장에서 시세는 별로 떨어지지 않은 겁니다.

그러니 기존 주택의 시세는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는 겁니다.

새 아파트 분양가는 해당지역 ‘주택 매매가격 상한선’

따라서 우리 주변에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를 면밀히 살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느 정도 가격에 분양하고 있는지, 계약은 잘 이뤄지고 있는지 말입니다.

새 아파트의 계약률이 떨어지고 미분양이 많다면 할인 분양을 할 겁니다. 할인 분양을 해서 잘 팔린다면 그 가격이 해당 지역 전체 주택 매매가격의 상한선으로 볼 수 있을 겁니다.

새 아파트와 헌 아파트의 가격차이는 얼마나 날까요? 해외 사례를 보면 용지를 제외한 건물의 누계 감가상각을 고려해 시세 차이가 벌어진다고 합니다.

토지 가치는 변화 없다고 보고 건축물의 수명을 50년으로 해 매년 2%씩 감가상각한다고 계산하면 새 아파트와 10년이상 지난 아파트는 15~20%정도 가격 차이가 나야 한다는 겁니다.

분양가와 기존 아파트 가격간의 격차 동향을 확인하다 보면 조금 희망적인 단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기존 거래시장이 워낙 침체돼 앞으로 집값이 얼마나 더 떨어질지 감을 잡기 힘든 상황인데 분양 시장 동향으로 바닥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큰 인기를 끌었던 동탄2신도시를 떠올려 봅시다. 동탄1신도시와 비슷하게 분양가를 책정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몰려 분양에 성공했습니다.

그렇다면 동탄신도시에서는 동탄2신도시 분양가에 대해 수요자들이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는 겁니다. 기존 아파트는 감각상각만큼 시세가 조금씩 더 빠진다고 계산하면 하락폭을 예상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일각에서 이야기 하는 것처럼 수도권 주택값이 바닥 없이 떨어질 정도는 아니라는 겁니다.

정상엽 연구원의 말을 한번 더 들어보죠.

“요즘 건설사들이 내놓은 분양가는 땅값·건축비 등을 고려해 최대한 낮게 책정합니다. 계약률을 높이기 위해서입니다. 최근 서울·수도권에 미분양이 더 이상 늘지 않는 것은 집값 하락이 무지막지하게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수요자들이 최근 건설사들이 책정한 분양가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요즘처럼 기존 주택 계약이 안되는 시기에 초기 계약률 40~50% 정도인 단지가 많아지고 있다는 건 대단한 겁니다.

그런 분위기가 기존 매매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겁니다. 당분간 매매시장 하락세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지만 하락폭이 계속 커지진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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