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리에 전 제일은행장 "한국에서의 2년은 행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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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기업 지원과 주식매입선택권(스톡옵션) 문제등으로 당국과 마찰을 빚기도 했던 윌프레드 호리에 전 제일은행장이 한국에 대한 친밀한 감정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최근 사퇴한 호리에 전 행장은 2일 오전 서울시 국제경제자문단 창립총회에서 "전세계 10개 도시에서 살아왔던 경험에 비춰 볼 때 한국에서 보낸 2년은 행운이었다"고 경험담을 소개했다.

호리에 전 행장은 "한국에 처음 온 2년전만 해도 한국정부가 외국자본에 문호를 개방하는 것을 두고 각종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던 시점이어서 한국민들은 외국투자가들에 대해 당초 예상했던 만큼의 호감을 보여주지는 않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실제로 본인이 제일은행 최고경영자(CEO)가 된 뒤 가장 먼저 직면한 문제는 매우 보수적인 노동조합과의 대면이었다"며 "당시 그들은 70년의 역사를 가진 제일은행의 경영권이 외국자본에 의해 외국인에게 넘어간다는 사실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세계 최고수준의 교육을 받은 한국민들은 자신들의 조직발전에 헌신적인데다 유교적인 문화를 조직문화에 적용하고 있어 이들을 경영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로 인식하는 한 어떤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다"며 "이같은 경영방식으로 은행의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공동선언을 이끌어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와함께 호리에 전 행장은 "한국정부도 외환위기 등에 직면했을 때 집중력과 강력한 힘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줘 놀라웠다"며 "한국경제는 조만간 세계적인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는 새 시스템을 갖추고 개혁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정부는 해외자본을 유치하는데 많은 것을 이뤄낸 것은 사실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도 투자가 지속될 수 있도록 계속적인 지원을 해주는 것"이라며 "또한 다소 의아하기는 하지만 외국투자가들에게 서울이 여전히 투자에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이같은 시각을 바꿀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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