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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학원정화운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고질화되다시피 한 학원주변의 부정·부패를 스스로 고발하여, 병든 초등학교 교육의 정상화를 부르짖고 나선 일부교사들의 조용한 자가 정풍운동은 마침내 전국적인 메아리를 불러 일으킬 모양이다.
지난 3월30일 대구에서 올려진 「초등학교 6학년 담임 헌장 운동」의 봉화는 일찍이 본난이 지적했듯이 원래가 비단 교육계뿐만 아니라 사회 각계각도에 걸쳐 보다 광범위한 연쇄 반응을 일으킬 혁명적 소지를 다분히 지닌 운동이었다고 볼 수 있다.
보도된 바와 같이 과연 이 운동의 파문은 이미 서울을 비롯한 경경 각지의 교육계 일반으로부터 거의 즉각적인 호응을 불러일으키고 있을 뿐 아니라, 지금에 이르러서는 급기야 문교당국을 비롯한 위정 당국자들에 대해서까지도 무엇인가 조급한 사회 정화운동의 구호를 의치지 않을 수 없도록 무하나하의 결단을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23일 문교부가 공보부의 협조를 얻어 전개키로 했다고 발표한 소위 「강력한 학원 정화운동」이나, 또는 같은 날 서울특별시 교육회가 만장일치로 채택했다고 전해진 같은 취지의 결의사항이라는 것도 요는 이러한 연쇄반응이 일기 시작한 증좌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운동이 한 낯 몇몇 유의인사들에 의한 일시적인 감상주의에 그치는 것이 되지 않기 위하여서는 이 운동에 참여하는 교육계나 정부의 관계당국자는 물론 기타 이 운동의 추진에 적극 호응하려는 일반사회인사들 사이에 있어서도 일시적인 기분적 공감 이상으로 이와 같은 연동의 혁명적 성격과 그 방법상의 요체가 무엇인가에 대하여 투철한 인식을 새로이 해둘 필요가 있는 것으로 확신한다.
학원 주변의 치맛바람과 교사들의 영합행위가 생기는 원인에 대해서는 이미 하나에서부터 열까지가 다 알려져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며 남은 문제는 오직 교사들 자신들에 의하여 밑으로부터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난 이와 같은 자가 정풍운동을 보다 근원적인 차원에서 지원하고 문제의 핵심적인 해결을 보위해 줄 수 있는 보다 고차적인 정치적 결단을 촉구하는 일 만이라고 우리는 믿고있다.
따라서 초등교 대의원제도의 재조정이라든지 또는 학자모의 학원 출입금지조치 등은 너무도 고식적인 것임을 금치 못한다. 교사들 자신이「헌장에서 내세운 10개 항목의 실천 요강이 그런 대로 뜻 있는 일임에는 틀림이 없겠으나 이와 아울러 더욱 중요한 것은 당국이 앞장서서 학원의 부정부패를 배태케 한 근본 원인을 과감하게 두려내고 교육의 정상화를 기할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제도적 보장을 마련하는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교원에 대한 물심양면에 걸친 보다 실질적인 처우 개선책의 수립을 비롯하여, 특히 교육제도 운영의 실제와 관련하여 앞으로 일체의 공무원 및 국영기업체직원의 신규채용과 기타 일반사회의 고용정책면에 엄격한 실력본위주의를 시행케 하도록 제도적 보장을 세움으로써 불필요한 상급학교 진학열을 자연적으로 억제하는 일 등이 그 몇 가지 실례가 될 것이다.
동시에 학원정화문제에 있어 반드시 고려돼야할 과제는 학원 모리로 거부를 축적하여 이미 무시할 수 없는 정치적 위력을 발휘하는 사이비 교육자들을 학원 주변에서 깨끗이 몰아내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이와 같은 사이비 교육자가 우리 교육계의 주변에서 군림하고 있는 한, 어떠한 형태의 학원정화운동도 그것은 결국 고작해야 일시적인 감동을 자극하는 피부적인 사회개혁운동의 범위를 벗어나지는 못할 것임을 우리는 걱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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