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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뒤집기] 경쟁사 약점 건드려 자사 매출 늘리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간장 시장에 한바탕 싸움이 터질 조짐이다.

대상㈜과 샘표식품이 간장의 성분을 놓고 티격태격하고 있다. 대상은 지난달 29일 '발암물질 함유로 논란이 많았던 산분해간장을 팔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산분해간장과 양조간장을 섞어 만든 혼합간장 시장에서 철수하고, 1백% 자연숙성한 양조간장만 팔겠다는 것이다. 전국 매장에서 혼합간장 제품을 수거해 폐기처분하는 이벤트까지 기획했다. 이는 다분히 국내 최대 간장회사인 샘표식품을 겨냥한 선언이다.

샘표식품은 즉각 반박자료를 통해 "간장 공정의 극히 일부만을 부정적 표현으로 강조해 소비자를 오도하기에 충분하다"며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간장시장의 점유율을 높이려는 마케팅 전략"이라고 깎아내렸다.

대상의 이번 샘표 공격은 경쟁회사의 약점을 쟁점으로 부각시키려는 '이슈 마케팅'전략의 하나다. 세상이 시끌벅적할 정도로 쟁점화해 제품을 알리고 매출을 늘리려는 것이다.

이슈 마케팅은 경쟁이 치열한 식품업계에서 종종 사용하는 전략이다. 3년 전엔 대상이 빙그레의 공격을 받았다. 빙그레가 1998년 라면 신제품 '뉴면'을 내놓으면서 '화학조미료 MSG를 넣지 않은 라면'이라고 광고하면서 화학조미료를 걸고 넘어진 것.

대상측은 글루타민산나트륨(MSG)을 화학조미료로 치부한 문구를 문제삼아 "창업주 임대홍 회장이 평생을 바쳐 일군 작품에 먹칠을 할 수 있느냐"며 "광고를 계속할 경우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당시 빙그레는 라면제품에 들어가는 조미료를 문제삼아 뉴면이 새 개념의 라면이라는 차별성을 부각하는 전략을 썼던 것.

화학조미료 논쟁은 대상이 광고로 맞대응을 안해 흐지부지됐으나 빙그레는 이슈화에 성공, 뉴면을 알리고 매출을 올리는 실속을 챙겼다.

올 3월에는 자일리톨 껌 논쟁이 한창이었다. 롯데제과 자일리톨 껌이 인기절정일 때 후발인 동양제과가 '화학적 촉매방법으로 만든 자일리톨 껌을 씹으시겠습니까'라며 롯데의 다리를 걸었다.

이 싸움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8월 동양제과에게 그런 광고를 못하도록 결정해 일단락됐다.

경쟁회사 흠집내기가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진흙탕 싸움으로 비쳐져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는 바람에 시장 전체가 죽기도 한다.

94년 녹즙기 사건, 95년 고름우유 사건은 이슈화의 부작용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앤젤 녹즙기 회사의 제품에서 쇳가루가 검출되자 경쟁회사인 그린 파워측이 '쇳가루 없는 녹즙을 마시자'며 차별성을 외쳤으나 녹즙기에 대한 불신으로 시장 전체가 공멸했다.

우유도 파스퇴르가 '일부 회사 우유제품에 고름이 섞여 있다'고 폭로하자 우유회사들이 무차별로 서로를 헐뜯었으나 우유 전체매출이 곤두박질하는 어려움을 자초한 적이 있다.

이종태 기자 ijot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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