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흘리는 석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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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만약 당신이 「런던」을 가게된다면, 그리고 성 「바톨로마이」교회를 구경한다면 참으로 이상한 석상 하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에드워드·쿠크」박사의 석상인데, 그의 눈에서는 실제로 눈물 방울이 떨어지고 있다. 뜻 없는 석상이 어떻게 눈물을 흘리는가? 그러나 분명히 신화는 아니다.
그 석상은 고도의 다공질로된 석재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공기의 습기를 흡수할 수 있고, 그것이 물방울로 응결되면 눈물 방울처럼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 명물의 우는 석상에는 「폭포처럼 흐르는 눈물을 멈추게 할지라…눈물 없이 그 석상이 탄식하는 것을 보는 사람이 있다면 부끄러운 일일인저」라는 낭만적인 시구가 새겨져 있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서울에 있고, 그리고 개나리가 피는 봄의 세종로를 구경한다면 거기에서도 역시 눈물을 흘리는 석식상들이 있음을 본 것이다.
물론 그것은 「후크」박사의 석상처럼 다공질의 석재로 만든 것은 아니다. 그 석식상들은 행려병자처럼, 누더기의 초라한 꼴로 서있다. 이지러지고 금가고 쪽이 떨어진 길가의 그 입상들은 다름아닌 우리가 존경하는 이 민족의 영웅들이요 지사들이다. 마른 가지에도 봄이 되면 꽃이 핀다.
그런데, 다만 그 석식상들만은 먼지를 뒤집어 쓴채, 졸도 직전의 불안 속에서 울고 있다.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면 쓰러지는 것이 아니라 바스러져 무너지는 석고상들이다. 애처롭다. 뜻없는 흙덩일 망정 울며 서있는 것 같다.
봄의 세종로를 지나다가 보아라. 정말 그 석식상들이 탄식하는 것을 『눈물 없이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면 부끄러운 일일 것이다』. 무엇 때문에 대체 무엇 때문에 눈물의 그 석고상들을 길위에 전시했는가? 선인을 아끼는 길이 아니라 도리어 그것은 모독하는 일, 도시를 미화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추악하게 하는 일이다. 천거를 하든지, 새로운 동상으로 개조하든지 결말을 내라. 서울 거리에 서 있는 「눈물의 상」은 무엇을 상징하려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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