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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의원 지원금 24년 새 30배 … 117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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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전직 국회의원들에게 지급되는 ‘헌정회 연로회원 지원금’은 1988년 1월 처음 도입될 당시 매달 20만원이었다. 국회 자료에 따르면 9일 현재는 120만원. 25년 만에 6배 증가했다. 연간 지원금 총액은 88년 4억2980만원에서 지난해 117억 5040만원으로 30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시기인 88년 시작된 국민연금의 경우 어떨까. 현재 20년 이상 불입한 가입자에게 주는 평균 연금은 매달 81만9920원이다. 국민연금관리공단 관계자는 “재원의 한계가 있어서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매년 3∼4% 인상한다”고 설명했다. 일반 국민이 국민연금으로 월 120만원을 받으려면 매달 35만1000원씩 40년을 내야 하지만 헌정회 지원금은 말 그대로 지원금이라 매달 일정액을 넣지 않고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특권 시비가 일자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지난해 국회 정치쇄신특위에서 헌정회 지원금 폐지안을 만든 것이지만 이면에선 19대 국회의원부터 지급이 가능한 새로운 의원연금의 도입을 검토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권을 포기한다는 명목으로 논의를 시작하면서 새로운 특권을 만들겠다는 거다. ‘꼼수’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지원금’이 아닌 ‘연금’ 형태라곤 하지만 헌정회 지원금의 예를 보면 국민연금에 비할 때 유리한 조건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의원들이 일정액을 붓는다고는 하나 나머지는 국회 예산이나 정부 보조금으로 충당한다는 얘기가 오가는 것부터가 그렇다.

 당초 헌정회 지원금은 법적 근거 없이 시작됐다. 88년 당시 이재형 국회의장이 70세 이상 헌정회 회원에게 국회 예비비(국회의장 판공비)로 지원금을 줬다.

 그러다 95년 헌정회 이사회에서 자체 정관에 ‘연로회원 지원금’ 조항을 신설했다. 97년엔 헌정회 정관에 국회 예비비가 아닌 정부 예산으로 헌정회 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포함시켰다. 법적 근거는 2010년 마련됐다. 헌정회육성법을 개정해 ‘헌정회는 연로회원에 대해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다’(2조 2항)고 명시했다. 지급 대상과 액수는 89년 1인당 25만원→92년 30만원→97년 50만원→2000년 65만원→2002년 80만원→2004년 100만원→2009년 110만원→2010년 120만원으로 계속 인상됐다. 지급 대상도 95년부터 70세 이상에서 65세 이상으로 넓혔다.

 지원금 총액이 첫 도입된 88년보다 30배로 늘어난 이유다. 2004년 4월 민주당 안희옥 의원은 비례대표를 승계하며 16대 국회 임기가 종료되는 그달 29일까지 26일간 국회의원직을 유지했다. 그럼에도 지원금 지급 대상에 포함되자 헌정회는 두 달 후 자체 규정을 바꿔 재직기간 1년 미만은 지급 대상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3년 후인 2007년 헌정회 이사회에선 이 규정을 삭제했다. 2009년 1월에도 헌정회는 의원직 제명, 자격정지, 금고 이상의 유죄 판결을 받은 전직 의원들을 지급 대상에서 뺐다가 그해 9월 원래대로 되돌렸다. 현재 지원금을 받는 헌정회 회원 820명 중 국회의원 재직기간이 1개월 미만은 3명, 1개월 이상∼1년 미만 37명, 1년 이상∼2년 미만 49명이다. 금고형 이상의 실형이 확정됐어도 형 집행이 종료되면 지원금을 받을 수 있 다.

강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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