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과 깡패의 연합군 '달마야 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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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과 깡패의 연합군이 `킬러 형제'와 '여성 폭력배 두목'의 기세를 누를 수 있을까. 11월 9일 개봉될 「달마야 놀자」는 「신라의 달밤」이나 「조폭 마누라」의 계보를 잇는 갱스터 코미디 영화지만 제목이 풍겨내는 어감처럼 훨씬 유쾌하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몇해 전 도심 난투극의 악몽을 떠올릴 법한 조계종 총무원이 시나리오를 보고흔쾌히 촬영에 협조했을 만큼 친불교적이고, 관람등급도 「신라의 달밤」과 「조폭마누라」에 비해 3세 낮아진 `12세 이상 관람가'이다.

이야기는 경쟁조직과의 맞대결에서 기습을 당해 와해 위기에 놓인 조직폭력배중간보스 재규(박신양) 일당이 외딴 산사를 은신처로 삼는 것으로 시작된다. 재규는`오야붕(주지)'을 불러 `접수'를 선언하고 부하들에게 `업소 관리'하듯 중들을 하나씩 맡으라고 지시한다.

노스님(김인문)은 절에 머물러도 좋다고 허락하지만 젊은 스님들의 표정에는 불만이 가득하다. 재규 일당이 불전(佛殿)기와를 쌓아놓고 격파 훈련을 하는가 하면대웅전 앞뜰에서 축구를 하는 등 경내를 온통 난장판으로 만들기 때문. 노스님 맏상좌인 청명(정진영)은 재규 일당에게 `떠나느냐 남느냐'를 놓고 승부를 벌일 것을 제안한다. 삼천배, 화투, 물 속에서 오래 버티기, `369 게임' 등으로이어지는 조폭과 승려의 기상천외한 대결은 노스님이 던진 공안(公案:도를 터득하도록 생각하게 하는 문제) 풀기를 끝으로 재규 일당의 승리로 돌아간다.

「수호지」의 노지심이나 「장길산」의 갑송이에서 보는 것처럼 건달들의 우직한 근기(根氣)는 일반인을 웃돌 때가 많다. 한시도 답답함을 못참을 것 같던 재규일당은 차츰 산사의 생활에 적응해가고 재규 일당을 노리던 조직폭력배들을 승려들과 함께 물리치는 과정에서 승속(僧俗)을 뛰어넘는 화해를 이룬다.

「달마야 놀자」는 훼불(毁佛)과 찬불(讚佛)의 경계선에서 줄타기하며 건강한웃음을 만들어냄으로써 「할렐루야」에 이어 두번째로 성공한 종교 코믹영화가 될가능성이 높아졌다.

부처님의 국적을 확인하려다가 불상을 깨뜨리고 `369 게임' 도중 2년째 묵언(默言) 수행중인 명천(류승수)이 말문을 터뜨리는 등 조폭세계와 불가의 독특한 규범과생활을 교묘하게 웃음의 코드로 활용한 점이 돋보이고, 김인문과 정진영 등 승려로변신한 배우들의 능청스런 연기도 빛을 발한다.

그러나 느닷없이 나타난 비구니 연화(임현경)와 엉뚱한 행동을 일삼는 고시 준비생(김영준)의 캐릭터는 겉돌고, 노스님의 좌탈입망(坐脫入亡:앉은 채로 열반에 드는 일)으로 건달들이 깨달음을 얻는다는 설정도 다소 작위적이다.

유쾌한 영화를 표방하면서도 도입부분과 후반부에 조직폭력배 간의 난투극 장면을 끼워넣은 것도 상투성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제 한국영화계의 남은 숙제는 성당을 무대로 신부와 수녀들을 등장시켜 한바탕 폭소잔치를 벌이는 일. 「달마야 놀자」가 거둔 성과를 보면 오래 기다려야 할것 같지는 않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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