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 펀드 불신감 커져 … 수수료 싼 인덱스·ETF로 돈 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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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전문가가 오를 만한 종목을 골라 투자하는 이른바 ‘액티브 펀드’에 대한 불신이 지난해에도 이어졌다. 투자자들은 대신 시장 전체에 투자하는 효과를 내는 저비용 인덱스 펀드로 이동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일반 주식형 펀드에서는 5조300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삼성그룹주펀드’ 같은 테마주식형 펀드에서도 1조2300억원이 탈출했다. 주식형 펀드 전체로는 6조4000억원이 이탈했다.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와중에도 인덱스형 펀드로는 자금이 꾸준히 유입됐다. 코스피200 지수를 좇는 인덱스 펀드에는 1년간 4500억원이 들어왔다. 특정 지수의 움직임을 따라가도록 설계됐고,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의 급성장도 계속됐다. 지난해 주식형 ETF 규모가 2조8700억원 늘었다.

 인덱스 펀드와 ETF의 수익률은 시장의 등락에 좌우된다. 투자자들이 이런 수동형 펀드에 몰리는 이유는 지난 2000년 초 인터넷 거품 붕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이후 주가 급락을 겪으면서 변동성을 싫어하게 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비용도 중요한 문제다. 액티브 펀드는 펀드매니저가 엄선한 종목에 투자한다는 이유로 비싼 수수료를 받는다. 대부분 연 2% 이상의 운용수수료를 부과한다. 그러고도 수익률은 저조하다. 지난해 코스피지수는 9.385, 코스피200지수는 10.85% 올랐다.

그러나 국내 주식형 펀드는 평균 8.33%의 수익을 올려 지수를 따라가지 못했다. 투자자의 신뢰가 많이 떨어진 이유다.

 반면 주식형 ETF 수수료는 대부분 0.5% 밑이다. 낮게는 0.09%만 받는 것도 있다. ETF는 주식처럼 상장돼 사고팔 수 있는데, 주식 매매를 할 때 내야 하는 거래세(0.3%)도 면제된다. 환매 절차를 거쳐야 하는 펀드와 달리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고, 이틀 뒤 현금을 찾을 수 있다. 하루 만에 샀다 팔아도 펀드 환매수수료를 내지 않는다.

 올해도 인덱스 펀드의 인기는 식지 않을 전망이다. 전문가는 올해 상반기 주식시장이 크게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는다면 인덱스 펀드의 수익률이 부각될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성장률은 낮아지고 기업의 이익성장률은 정체되는 우울한 전망이 현실이 된다면 오를 주식을 고를 확률은 더 낮아진다. 이런 때 인덱스 펀드 투자 비중을 늘리라는 조언이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원은 “중국이나 미국 경기가 크게 회복되지 않아 증시가 정체될 수 있다”며 “하반기 주요 경기 지표의 바닥을 확인한 뒤 성장형 펀드로 갈아타는 전략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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