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부족” 의료 핵심공약 두 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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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정부가 박근혜 당선인의 4대 중증 질환 100% 보장 공약에 제동을 건 데는 재정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이유가 가장 크다. 4대 질환은 암·심장병·뇌질환·희귀병으로 지금은 건강보험이 이들 질병 진료비의 70%를 보장한다. 박 당선인은 건보의 보장률을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올려 2016년에 제로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이와 관련해 대선주자 TV토론에서 비보험 진료비와 간병비를 포함한 것이며, 연평균 1조5000억원이 들어간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건보가 보장하지 않는 30%의 대표적인 비용이 1~2인실 병실료, 선택진료비, 고가의 표적항암제, 각종 검사비 등이다. 이 비용에다 간병비를 포함한다고 공약했다.

 지금은 대부분의 병원이 6인실을 기준으로 건보를 적용한다. 6인실을 쓰면 하루에 1만원 정도밖에 부담하지 않는다. 하지만 1인실의 경우 8만~48만원 정도 부담해야 한다. 선택진료비(특진비)도 마찬가지다. 특진의사 진료를 받으면 최고 100% 더 부담해야 한다. 이런 상황을 무시하고 건보를 적용하면 환자들이 좋은 병실, 좋은 의사만 찾게 될 것이란 게 정부 판단이다. 100% 보장은 공짜(무상) 의료를 말한다. 공짜가 되면 의료 이용량이 최소한 50%, 많게는 150%까지 증가한다. 훨씬 돈이 많이 들게 된다. 정부가 2000년대 중반 6세 이하 입원 진료비를 무료로 했다가 의료이용량이 급증해 없던 일로 한 적이 있다.

 정부 관계자는 “1~2인 병실료나 특진비는 필수진료가 아니다”며 “의학적으로 건보를 적용할 타당성이 있지만 재원이 부족해 보장하지 못하고 있는 진료(표적항암제·검사료 등)를 필수진료로 설정해 이 비용을 100% 보장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75세 이상 노인 완전틀니, 올 7월부터는 75세 이상 노인 부분틀니 진료에 건보를 적용한다. 돈이 워낙 많이 들어 순차적으로 시행하고 연령도 75세로 제한했다. 그래서 ‘노인 임플란트 건보 적용’도 시행이 곤란하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를 시행하면 틀니도 65세로 연령을 낮춰야 하는데 비용을 감당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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