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아침]-'경춘 공원 묘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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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일(1956~) '경춘 공원 묘지' 전문

국도 쪽으로 슬슬 다가가는 소여, 네가 길로 들어서면 뿔로 車를 받을 것인가. 車가 받도록 내버려둘 것인가. 네가 아스팔트 위의 유일한 생물이다. 아스팔트 자리는 원래 네 밥상이었다.

기차를 향해 돌진했다는 낭트의 황소에게 이 詩를 바친다, 나는.

정육점에서 고기를 들고 나올 때 뭔가 켕기는 느낌은 소의 크고 순한 눈 때문이 아닐까? 르네 샤르는 '네 개의 매혹자'에서 '황소'를 첫번째 매혹자로 든다. 서로 닮은 한 쌍의 뾰족한 뿔은 시인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뿔은 초식동물들의 것이다. 맹수들은 뿔이 없다. 뿔을 들이댈 때 소는 무척 화가 나 있었거나 다급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기차를 향해 돌진'하는 순간에도.

최승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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