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고 싶은 사람과 상상 인터뷰하면 마음이 달라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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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면 너도나도 ‘올해의 결심’ 목록을 적는다. 학생이라면 ‘책 50권 읽기’ ‘영어 단어 매일 10개씩 외우기’ 등이 단골 항목이다. 부모나 교사의 눈치를 봐 가며 ‘전교 5등 안에 들기’ ‘오전 6시 기상’ 같은 목표를 세우기도 한다. 자신이 원해서 설정한 목표가 아니라면 지키고 싶은 마음도 크지 않아 작심삼일에 그치게 될 공산이 크다. 신문을 이용해 ‘꼭 지키고 싶은 새해 계획’을 세우는 방법이 있다.

박형수 기자 , 도움말=중앙일보 NIE 연구위원단

신문에서 롤모델 찾기 이루고 싶은 꿈을 확고하게 갖고 있는 학생들이 많지 않다. “하고 싶은 게 딱히 없다”는 아이가 답답하더라도 부모가 자녀의 목표를 대신 세워주는 것은 금물이다. 심미향 연구위원은 “신문을 함께 들춰보며 ‘부러운 사람 찾기’ ‘닮고 싶은 사람 찾기’와 같은 활동를 해보라”고 권했다. ‘가정’ ‘직업’ ‘봉사’ ‘명예’ 등 삶의 분야를 세분화해 항목별로 맞는 사람을 찾다 보면 자신이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그려진다는 말이다. ‘사회적 영향력’이라는 분야에서는 ‘고 황수관 박사처럼 우리나라에 웃음을 전파하는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거나 ‘가정’에서는 ‘가수 션과 배우 정혜영 부부처럼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찾아보는 식이다. 심 연구위원은 “아이가 찾은 각 분야 롤모델의 모습을 신문에서 오려내 NIE 작품으로 만든 뒤 휴대전화 사진기로 촬영하라”고 말했다. NIE 작품을 휴대전화 배경화면에 저장해두면 자신의 미래 모습을 수시로 각인할 수 있어서다.

새해에 이루고 싶은 다짐들을 신문 속 사진과 글귀를 모아 NIE 작품으로 만든 것들. 자신이 만든 NIE 작품을 휴대전화로 찍어 배경화면에 저장해두면 동기 부여를 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자료=이정애 연구위원]

‘미래의 나’ 인터뷰 목표가 정해지면 이를 이루기 위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계획 세우기가 쉽지 않다면 꿈을 이미 이뤘다고 가정하고 ‘미래 일기’나 ‘미래 기사문’을 써보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민아 연구위원은 “일기나 기사문을 쓰면서 ‘어떤 과정을 거쳐 이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에 대해 역순으로 생각해보게 하라”고 설명했다. ‘억울한 사람의 인권을 보호해주는 변호사’라는 꿈을 이뤘다고 가정해 본다면 “인권변호사로 활약했던 미국의 링컨 대통령을 롤모델로 삼아 그의 위인전을 수시로 읽었다”거나 “날마다 일기를 쓰면서 하루 일을 반성하며 초심을 잃지 않았다”는 내용을 떠올릴 수 있다는 말이다.

기사문 형태로 글을 쓸 때는 ‘꿈을 이룬 미래의 나’와 상상 인터뷰를 해보는 것도 좋다. 이 연구위원은 “목표를 이룬 미래의 자신과 대화하며, 꿈을 달성한 과정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동기 부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 기사를 작성할 때 ‘꿈을 정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꿈을 이뤄 가는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고, 이를 어떻게 극복했나’ ‘자신과 같은 꿈을 꾸는 어린이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은가’와 같은 질문을 꼭 포함시키도록 지도해주면 좋다.

올해 할 일 목록 작성 ‘다이어트’ ‘독서’ ‘운동’ ‘공부’ 식으로 단어만 나열해서는 목표를 제대로 이루기가 힘들다. 실행 방법과 달성 기간까지 구체적으로 적을수록 실현 가능성이 높아진다. 꾸준히 실천하기 힘든 항목이라면 ‘10회 성공 시 놀이공원 가기’ ‘한 달 성공하면 영화 보기’처럼 스스로를 독려할 수 있는 상이나, ‘3회 연속 이행하지 않으면 화장실 청소 일주일’과 같은 벌칙도 마련해놓을 수 있다.

이 연구위원은 “올해의 주제를 미리 정해놓고, 거기에 맞춰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고 권했다. ‘2013년은 우정 쌓기의 해’라거나 ‘효도하는 2013년’처럼 최우선적으로 실행할 주제를 정해놓고 이에 맞춰 세부적으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목록화해 보라는 말이다. 그는 “주제가 정해지면, 이를 달성하기 위해 가정이나 학교에서 어떻게 생활해야 할지를 구체적으로 항목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효도를 주제로 삼았다면 집에서 부모님은 물론 형·동생을 어떤 식으로 대해야 할지 정하고, 학교에서도 부모님이 기뻐할 만한 일을 자꾸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가족 앞에서 계획 발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은 바로 ‘선언하기’다.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목표를 알리고 달성할 수 있도록 도움을 청하라는 말이다. 심 연구위원은 “새해를 맞아 가족이 함께 각자의 계획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져보라”고 권했다. 아이에게만 새해 계획을 발표하도록 시키면 자신만 노출되고 주목받는 것처럼 느껴져 부담감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가족 모두 계획을 발표하고 이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교육적인 성과가 있다.

프레젠테이션 방법은 간단한 게 좋다. 신문에서 찾은 분야별 롤모델들의 사진을 스크랩한 내용, ‘미래의 나’와의 인터뷰 기사, 나만의 2013년 주제와 올해의 할 일 등을 스케치북 등에 정리한 뒤 이를 한 장씩 넘겨 가며 발표해 보는 방법도 있다.

 주의할 점도 있다. 심 연구위원은 “서로의 새해 계획에 대해 ‘이상하다’거나 ‘시시하다’는 등 비판을 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작고 소박한 주제와 계획이라도 아이가 직접 세웠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며 “‘실천하기 어렵지만 열심히 해보라’고 독려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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