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이 자기 딸에게 최고점 주고 교사 채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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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서울 강북의 한 사립 특성화고는 2010년 3월 영어교사 한 명을 채용했다. 20여 명의 지원자 중 최종 합격한 사람은 다름 아닌 이 학교 교장 A씨의 딸이었다. A교장은 면접시험 등 주요 전형에 직접 심사위원으로 참가했다.

마지막 관문이던 공개수업에서 그는 딸에게 가장 높은 점수를 줬다. 하지만 필기시험에서 최고점을 받은 지원자에겐 가장 낮은 점수를 매겼다.

 이런 사실은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서울시교육청을 대상으로 한 감사 결과 드러났다. 교과부는 딸을 부당하게 합격시킨 A교장을 중징계하라고 서울시교육청에 요구했다.

 서울 강남의 학교법인 B학원은 2009년부터 소속 여고와 중학교 교사 총 16명을 채용하면서 필기시험의 출제와 관리를 학교법인 이사장이 소유한 사설 입시학원에 맡겼다.

2011년에는 이 학원에서 강사로 일했던 이사장의 조카며느리가 필기시험에서 최고점을 받고 교사로 임용됐다. 채용시험 문제는 해당 학원의 이사가 출제했다. 또 이 학교의 경우 학교장의 교사 임명 제청을 의무화한 규정을 어기고 학교법인 이사회가 단독으로 교사들을 임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현준 교과부 감사총괄담당관은 “규정을 어긴 법인 이사장과 이사의 임원 취임 승인을 취소하도록 서울시교육청에 요구했다”며 “채용 과정에 금품이 오갔을 가능성이 있어 검찰에 수사 의뢰를 했다”고 말했다.

 사립 유치원에 대한 지도·감독 소홀 사례도 드러났다. 성북구의 한 사립 유치원은 규정상 채용할 수 없는 외국인을 고용해 영어 수업을 맡겼다. 감사 결과 유치원 7곳은 설립 당시부터 원장 없이 운영됐고, 11곳은 원장 자격이 없는 교사를 원장 대리로 임명했다.

 교과부는 이번 감사를 통해 사립학교 교원 부당 채용과 부적절한 예산 관리 등 43건을 적발하고 교육청·학교 관계자 293명에 대한 징계·경고 요구를 했다. 경고 대상자에는 곽노현 전 교육감 시절 일선 교사들로 구성된 ‘학교혁신 교사추진단’ 운영에 관여한 시교육청 관계자 8명이 포함됐다. 교과부는 “교사추진단은 교과부 장관의 승인이나 법적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교사를 파견받고 예산을 썼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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