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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사찰의 일원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합리적인 세제와 만족할 만한 세무행정은 이 부문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그 나라 전체의 수준을 보여주는 척도라고 한다. 일견 가장 합리적으로 보이는 선진국의 세제도 후진국의 경제바탕 위에서는 그대로 이식되어 성과를 올릴 수 없는 점이 허다하며 포착하기 힘든 세원을 대상으로 하여 만족할만한 세무행정을 기대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와 같이 생각할 때에 세론의 비난의 초점이 되다시피한 세무행정의 난맥상과 세무공무원의 부패는 동정의 여지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하여 세제와 세무행정의 불합리한 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방치할 수는 없는 것이며 부단히 그 개선과 향상을 위하여 노력을 경주하여야 한다. 그 개선의 노력 없이 그 불합리성이 확대되어 간다고 하면 국가경제를 뒷받침 하기 위한 국민의 공동책임이 부담의 불공평을 통하여 단열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금년에 국세청을 신설함으로써 세무행정의 기구를 확대정비하고 충분한 인원을 확보하였다 .이에 뒤이어 보도된 바에 의하면 14일 박대통령은 세무사찰을 일원화하도록 지시하였다고 한다. 그 내용은 국세청이 세무사찰을 일원적으로 다룰 것, 따라서 각급 수사기관은 탈세에 관한 정보를 정보단계에서 그대로 국세청에 인계할 것,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의한 5백만원 이상의 탈세혐의가 있을 때에는 각급 수사기관 또는 국세청은 이를 검찰총장에게 보고하여 검찰총장의 지휘감독 하에 처리할 것 등 6개 항목에 이르는 것이다.
국세청의 신설과 세무사찰의 일원화는 그 기구의 확충정비, 세무행정의 체계화라는 견지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면 환영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종래 세무사찰이라는 명목 하에 각종 각급 기관이 임의로 세무사찰을 실시함으로써 민간의 경제활동에 끼친 폐단이 막대하였다는 점을 생각할 때에 이번 일원화를 통한 조직적이고도 철저한 사찰로 명랑한 세무행정이 실시되기를 바라마지않는다.
4·19 또는 5·16을 계기로 하여 일부 드러난 거액탈세의 거의 전부는 정치자금의 사수를 통하여 사업체가 정치권력과 야합하는데서 발생하였다. 종래 수다한 기관에서 번다하게 사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세무행정이 명랑한 인상을 주지 못한 것은 사찰체계의 다원화나 기술 또는 능력의 부족 때문이라기보다 거액탈세가 권력의 비호 하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극언할 수도 있다. 정치권력의 비호 하에 탈세가 계속된다면, 그리고 일원화된 세무사찰이 이와 같은 탈세에 손을 대지 못한다면 일원화는 기대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빚어낼 가능성마저 없다할 수 없다.
다음으로 이를 계기로 하여 탈세를 전제로 한 세제로부터 그대로 납세하고도 경제활동에 지장 없는 세제로 전환하기 위한 신중하고도 신속한 방안이 수립되어야 한다. 현세율대로 납세하다가는 기업이 존립할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고, 철저한 징세 강화로 현재의 세수입을 부가 또는 그 이상으로 늘릴 수 있다는 추측도 진실과 거리가 먼 이야기가 아닌 듯 하다.
이번 일원화조처가 이와 같은 근본적인 몇 가지 점을 시정하는 방향에서 세무행정정화의 일환책이 되기를 기대하면서 경제발전의 건전한 초석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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