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 100만배 들여다보기] 2. 고리 두른 행성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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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퀴즈 하나. 다음 중 고리가 없는 행성은?

①목성 ②토성 ③천왕성 ④해왕성

답은 '없다'다. 모두 고리를 가졌다.

목성.토성.천왕성.해왕성은 '목성형 행성'이라 불린다.'지구형 행성'인 수성.금성.지구.화성과 태생부터 다른 것으로 천문우주과학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지구형 행성은 암석 덩어리가 뭉쳐 만들어진 반면, 목성형 행성은 기체가 모여 생성됐다. 우주선 보이저 등이 보내온 자료를 보면 목성형 행성은 수소.메탄 등 주로 기체 성분으로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성분은 기체지만 워낙 커서 압력이 높아 중심부는 고체가 됐고,그 주위를 액체 수소 등이 감싸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목성형 행성은 모두 고리를 가졌다는 것 말고도 지구보다 훨씬 크다는 공통점이 있다. 제일 작은 해왕성의 지름이 지구의 네배 정도다. 태양계의 '거인' 목성은 11배다.

사실 이렇게 큰 것이 고리를 가진 배경이다.목성을 빼고 나머지의 고리는 달 같은 위성이 부서져 생긴 것으로 보인다.

위성이 부서진 이유는 지구에서 밀물과 썰물이 생기게 하는 '조석력'이다. 달의 인력 때문에 지구에 밀물.썰물이 생기는데, 이 힘은 땅덩어리도 똑같이 받는다.

그래서 지각도 바닷물과 마찬가지로 주기를 갖고 이쪽저쪽으로 움직인다.물론 딱딱한 지각은 바닷물처럼 많이 움직이지는 않는다.

달보다 지구의 인력이 훨씬 세기에,달의 지각은 지구보다 더 많이 움직인다.지구보다 더 큰 목성형 행성들은 가까이에 있는 위성에 지구보다도 훨씬 큰 힘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 엄청난 조석력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위성이 깨져 고리를 형성한 것이다.

목성의 고리는 다른 이유로 생겼다는 설이 있다. 소행성들이 목성의 위성에 부딪쳐 깨진 먼지들이 고리가 됐다는 것이다.

토성 등의 고리는 굵은 입자로 구성됐는데, 목성은 거의가 미세한 먼지인 것 등이 고리의 연원이 다름을 입증한다. 뿌연 먼지로 된 목성의 고리는 워낙 희미해 우주선 갈릴레오가 목성에 도착한 1997년에야 구체적인 모습이 드러났다.

목성이 가장 큰데도 왜 위성이 깨지지 않았을까. 위성들이 멀리 떨어져 있어 목성의 힘이 강하게 작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일 달도 충분히 지구에 가까이 있었다면, 지구는 지금 달 대신 고리를 갖고 있었을 것이다. 그 안으로 들어서면 위성이 깨지는 거리를 '로시 한계'라고 하는데, 대체로 행성 반지름의 2~5배 정도다.

목성은 지구의 수호신 역할도 해온 것으로 과학자들은 생각한다. 화성과 목성 사이에 '벨트'를 이룰 만큼 많이 늘어서 있는 소행성들을 엄청난 인력으로 빨아들였다. 지구가 수많은 소행성과 충돌했지만 만일 목성이 없었다면 훨씬 많은 소행성 세례를 받았을 터다.

천왕성.해왕성에는 다이아몬드가 대량 묻혀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미국 버클리 소재 캘리포니아대 레이먼드 진로즈(지구물리학과) 교수는 99년 기체인 메탄에 엄청난 압력과 온도를 가하면 다이아몬드로 변하는 것을 알아냈다.

그는 이 연구 논문을 발표하면서 "메탄이 많고 온도와 압력이 높은 천왕성.해왕성의 중심부에 다량의 다이아몬드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목성보다 바깥은 모두 목성형 행성인데 명왕성은 예외다. 사실 명왕성은 달보다 작아 태양계 행성 가족에 끼워줄 지, 제외해야 할지 논란이 일었다. 그러다 99년에 이르러서야 국제천문학연맹이 명왕성을 아홉번째 행성으로 공식 인정했다.

김상준 교수.경희대 우주과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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